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유흥가가 내 아파트 인근에 있다.
도보로 1시간(택시로 10여분)이면 세로 1킬로, 가로 100미터의 대지에 빽빽하게 들어선 각종 업소에 다다를 수 있다.
룸싸롱, 단란주점, 토킹바, 모던바, 노래방 등 그 종류도 다양하기에 주말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업소고객뿐만 아니라 화려한 곳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오고 이들과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가지려는 사람들도 불나방처럼 날아들기에 피크타임에는 인도가 좁을 지경이다.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나 같은 독신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지만 종종 가되 업소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가볍게 추리닝 입고 운동 삼아 걸어가서 주지육림에 빠진 사람들 구경하다 음료수 한 잔 사먹고 오는 게 내 스타일이다.
과거엔 나도 이런 곳을 즐겨 찾았지만 그 허무함을 느끼고 나니 바보짓으로만 느껴진다.
어떤 대학총장의 금연기를 보면 여전히 손님접대용으로 책상에 담배를 놓아두되, 본인은 특정일부터 절대 피우지 않았고 이런 태도를 죽을 때까지 견지했다고 한다.
금연을 실천하고 있기에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나도 잘 안다.
주머니에 돈은 충분하고 시간도 있지만 욕망의 구렁텅이를 지켜만 보다 돌아올 때면 묘한 쾌감이 든다.
나를 이겼다는 자긍심?
얼마 전에도 이 순례(?)를 가보니 코로나로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하다.
손에 든 콜라를 홀짝이며 걷다보니 구석에서 강아지를 파는 할머니가 보인다.
업자는 아니고 인근에 사는 주민 같은데 강아지들이 아주 귀엽다.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불쑥 말을 건다.
한 마리만 사주면 동이 틀 때까지 놀아준다는데 20대 초반의 애띤 얼굴이다.
놀아준다는 말의 의미가 뭘지 나도 모르게 머리는 인텔 cpu처럼 돌기 시작했고 황진이 앞의 지족선사처럼 잠시 마음도 출렁댔기에 일단 한 마리 고르라고 했다.
새까만 놈을 고른다.
마치 지금의 내 마음 같다.
돈을 지불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입을 열었다.
절대 버리지 말고 정성껏 키워달라고.
그리고 바로 돌아서는데 왜 그냥 가냐며 당황해서 묻는다.
잠시 뒤면 해가 뜰 거고 나는 드라큐라라 밤에만 돌아다닐 수 있기에 이제 관속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영 못 알아듣는다.
터덜터덜 돌아와 집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이 관속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강아지의 온기를 생각하니 기분은 좋다.
끝없는 사막을 물도 없이 걸어가는 낙타가 바로 내 인생이라고 어떤 점쟁이가 말했는데 이 낙타의 주인은 화담 서경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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