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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정력,성병,스폰,성욕)

대한민국 최고의 유흥가 그리고 강아지와 서경덕

by 강명주 노무사 2021. 4. 27.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유흥가가 내 아파트 인근에 있다.​

도보로 1시간(택시로 10여분)이면 세로 1킬로, 가로 100미터의 대지에 빽빽하게 들어선 각종 업소에 다다를 수 있다.​

룸싸롱, 단란주점, 토킹바, 모던바, 노래방 등 그 종류도 다양하기에 주말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업소고객뿐만 아니라 화려한 곳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오고 이들과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가지려는 사람들도 불나방처럼 날아들기에 피크타임에는 인도가 좁을 지경이다. ​ ​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나 같은 독신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지만 종종 가되 업소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가볍게 추리닝 입고 운동 삼아 걸어가서 주지육림에 빠진 사람들 구경하다 음료수 한 잔 사먹고 오는 게 내 스타일이다.​

과거엔 나도 이런 곳을 즐겨 찾았지만 그 허무함을 느끼고 나니 바보짓으로만 느껴진다. ​ ​ ​

어떤 대학총장의 금연기를 보면 여전히 손님접대용으로 책상에 담배를 놓아두되, 본인은 특정일부터 절대 피우지 않았고 이런 태도를 죽을 때까지 견지했다고 한다.​

금연을 실천하고 있기에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나도 잘 안다.​

주머니에 돈은 충분하고 시간도 있지만 욕망의 구렁텅이를 지켜만 보다 돌아올 때면 묘한 쾌감이 든다.​

나를 이겼다는 자긍심?​

얼마 전에도 이 순례(?)를 가보니 코로나로 사람은 줄었지만 여전하다.​

손에 든 콜라를 홀짝이며 걷다보니 구석에서 강아지를 파는 할머니가 보인다.​

업자는 아니고 인근에 사는 주민 같은데 강아지들이 아주 귀엽다.​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불쑥 말을 건다.​

한 마리만 사주면 동이 틀 때까지 놀아준다는데 20대 초반의 애띤 얼굴이다.​

놀아준다는 말의 의미가 뭘지 나도 모르게 머리는 인텔 cpu처럼 돌기 시작했고 황진이 앞의 지족선사처럼 잠시 마음도 출렁댔기에 일단 한 마리 고르라고 했다.

새까만 놈을 고른다.​

마치 지금의 내 마음 같다.​

​ ​ ​

돈을 지불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입을 열었다.​

절대 버리지 말고 정성껏 키워달라고.​

그리고 바로 돌아서는데 왜 그냥 가냐며 당황해서 묻는다.​

잠시 뒤면 해가 뜰 거고 나는 드라큐라라 밤에만 돌아다닐 수 있기에 이제 관속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영 못 알아듣는다.​

터덜터덜 돌아와 집에 들어서니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이 관속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강아지의 온기를 생각하니 기분은 좋다.​

끝없는 사막을 물도 없이 걸어가는 낙타가 바로 내 인생이라고 어떤 점쟁이가 말했는데 이 낙타의 주인은 화담 서경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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