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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우울증,정신건강104

원효의 일체유심조와 내 우울증 간 싸움에서 누가 이기려나? 예전에 노가다 다닐 때의 일이다.​ ​ 숙소에서 현장까지 버스를 타야했는데 노선이 두개였다.​ ​ 하나는 직행이고 하나는 돌아갔다.​ ​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버스를 타게 되면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이 버스는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거라 의식적으로 생각했다.​ ​ 소장에게 칭찬을 듣거나, 다소 일이 일찍 끝나거나, 심지어는 간식이 더 맛있는 게 나와도 이 모든 게 돌아가는 버스 덕이라 여겼고 이게 몸에 익자 이 버스로 인한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졌다.​ ​ 오늘 아침에 면도를 하다 입술을 벴다.​ ​ 요즘 면도기는 성능이 좋아서 이런 일이 거의 없지만 간혹 발생한다.​ ​ 노무사 초창기 시절, 아주 중요한 계약을 위한 pt를 앞두고 오늘처럼 면도기에 입술을 벤 적이 있다.​ ​ 적.. 2020. 11. 9.
최고만 살아갈 가치가 있나?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가슴은....) "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이야"​ ​ 그 사람과 만난 곳은 요양원이었다.​ ​ 유학을 준비하다 사고를 당했기와 나처럼 환자신분이었는데 친해지고 싶었지만 이 사람의 과도한 자긍심 탓에 거리가 좁혀지지 않다가 결국 이 사람은 자살을 하고 만다.​ ​ 가족과도 연락이 거의 안 되고 기부금에 의존하던 요양원 환자들은 인형에 눈알을 붙이는 일 등을 하여 과자 값이라도 벌곤 했다.​ ​ 나 역시 조금 몸이 좋아지자 이걸 통해 담배 값을 충당했는데 전술한 사람은 일절 하지 않았다.​ ​ 구석에서 외국 원서만 들여다봤고 그거라도 읽고 있어야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약소하지만 돈을 모아 파티라도 해보자며 다들 열심히 전술한 일을 하는데 이 사람은 끝까지 거부했고 그 이유를 묻자 전.. 2020. 11. 9.
우울함도 생존을 해야 느낄 수 있다는 안타까움 방랑자에겐 모든 곳이 집이다.​ ​ 방랑자에겐 어디도 집이 아니다.​ ​ 이 모순 속을 나는 방랑한다.​ ​ 우울함에 만사를 다 포기하고 멍때리고 있는 내 귀에 폰 소리가 들린다.​ ​ #국가사업에 계속 참여하고 싶으면 개인정보를 업데이트 하라는 모 협회의 메일이다.​ ​ 혹시 까먹을까봐 서둘러 지시에 따른다.​ ​ 이것조차 안 하면 나는 정말 아사할 지도 모른다.​ ​ 다시금 좀 전의 기분으로 돌아가려는데 잘 안 된다.​ ​ 생존은 매매이고 우울함은 임대차일까? (임대차 보호법 없다고 치고) 2020. 10. 5.
내 치부를 그대로 까발리는 이유 지금은 고인인 된 일본의 여가수 #사카이 이즈미는 한때 레이싱걸이었다. 그룹 ZARD의 보컬로 활동하며 청순함을 주무기로 삼던 그녀에게 이 과거는 꽤나 잊고 싶었나보다. 살아생전 이에 대한 언급을 들을 때마다 많이 괴로워했단다. ​ 미스터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 이 역할을 왜 더 이상 안하느냐는 질문에 이젠 그러고 싶지 않다는 답을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랬을 거라는 해석이 많이 나왔지만 그 때를 그다지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뉘앙스가 강했다. 옥스포드까지 나온 그로서는 그냥 코메디언으로만 살기는 싫었나보다. ​ 작년에 책을 내며 아는 분에게 미리 검토를 부탁드렸는데 노가다 경험, 수습자리 구하느라 고생한 이야기처럼 부끄러울 수 있는 과거는 빼라는 조언을 들었다. 세상은 진실보다는 .. 2020.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