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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살,구타,안경

자살하면 안 되는 기묘한 이유(feat: 신기한 인생)

by 강명주 노무사 2023. 6. 18.

1. 남자가 선자리에 늦었다. 헐레벌떡, 약속한 호텔 #커피숍에 들어서니 어떤 젊은 여자가 혼자 있는 테이블이 보인다.

저 여자려니 생각하고 서둘러 다가가 늦게 온 걸 사과하며 앉았다. 괜찮다고 따뜻하게 받아주는 그녀.

말이 잘 통해서 열심히 대화를 하고 있는데 느낌이 좀 이상하다. 다시 상세히 상대의 신상을 물어보니 다른 여자다.

이 여자도 공교롭게 여기서 선을 보기로 했고 그래서 이 남자를 원래 정해진 사람으로 생각한 거다.

본래 이들이 만나기로 한 남녀에게 연락을 하니 급한 사정으로 둘 다 못나온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밥이나 같이 먹자고 했고 이러다 친해져서 이들은 결혼을 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인데 내 후배에게 실제로 발생한 일이다.

2. 사업을 하다 쫄딱 망한 사람이 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르겠기에 숨어 지내던 원룸 천장에 밧줄을 걸로 목을 매려한다.

디디고 올라간 의자를 발로 차기만 하면 되는데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문자가 왔기에 열어보니 세금 환급금을 받아가라는 세무서의 메시지다.

10만 원 가량인데 갑자기 회가 생각난다.

갈 때 가더라도 이 돈으로 회나 먹고 죽자는 마음을 먹고 세무서에 달려가 돈을 받은 뒤, 횟집으로 향했다.

반쯤 먹고 있는데 누가 아는 척을 한다.

예전에 고용했었던 사람인데 꽤 사이가 좋았다.

이 사람 일행과 합석을 하게 됐고 나중에는 이 사람하고만 2차를 하며 사정 이야기를 다 한다.

결국 이 친구의 소개로 다시금 취업을 하고 지금은 중역까지 되어 잘 사는 이 자살시도자는 나랑 친한 지인이다.

3. “오빠, 솔직히 말해봐. 무슨 시험 준비하지?”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자꾸 시험 어쩌고 하면서 잠꼬대 하길래....”

“뭐, 할 말이 없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무슨 시험이야?”

“노무사”

“그게 무슨 시험이야?”

“근로자 권리 찾아주는 노동법에 대해 테스트 하는 시험이지”

“그럼 요즘 뉴스에 나오는 파업도 공부해?”

“응. 법적으로는 쟁의행위라고들 해”

“누구나 마음대로 그 쟁의행위란 걸 할 수 있는 거야?”

“아니. 주체, 목적. 시기, 절차, 방법 등의 차원에서 다양한 제약이 있어. 근데 그걸 네가 왜 물어?”

“아까 버스타고 오는데 파업 한다고 길을 막는 바람에 짜증이 아주 많이 났거든. 그래서 그냥 궁금하기에....”

“시험에 나올 것 같냐?”

“내가 출제자라면 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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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3번째 대화는 내가 노무사 시험 준비하던 시절, 자주 만나던 예쁜 언니와 나눈 거다.

이 언니가 나올 것 같다고 해서 쟁의행위에 대해 집중 준비를 했는데 진짜 나왔고 덕분에 붙을 수 있었다.

이때도 또 떨어졌으면 난 완전히 포기하고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인생은 대충 보면 지루할 것만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처럼 기기묘묘한 일들도 아주 많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신기한 일을 만날지 모르는데 지금 그냥 세상과 하직한다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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