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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사(전문가),업무관련스킬

돈만 잘 벌면 성공한 자격사인가?

by 강명주 노무사 2023. 5. 23.

 

며칠 전, 친분 있는 #자격사가 사무실을 이전한다며 초대를 했다.

 

돈을 쓸어모은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인데 그 비싼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새 사무실 역시 아주 끝내준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잘나 보였건만 상당히 호화로운 출장 뷔페까지 불렀고 참석자 모두에게 수건 등 기념품도 줬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 흔한 덕담도 안 하고 그냥 열심히 먹다가 가버릴 뿐이었다.

 

오죽하면 형식적인 걸 무지 싫어하는 내가 훌륭하다는(뭐가 훌륭한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공치사를 해줘야 했을 정도로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이 자격사에게서 뜯어먹을 걸 찾는 하이에나 같은 극소수는 계속 따라다니며 입 발린 소리를 해댔지만 이들의 진짜 목적을 모를 리 없기에 반가워하는 눈치는 조금도 안 보였다.

 

반면 지난달에 이사한 다른 자격사의 사무실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기에 변두리 시장 옆에 자리 잡았고, 오뎅탕과 인스턴트 만두 그리고 약간의 과일이 준비한 음식의 전부였지만, 하도 사람이 많이 와서 사무실은 미어터질 지경이었고, 거의 다가 이 사람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누려고 난리를 쳤다.

 

이 자격사는 까다롭게 일을 선별하여 수임하기에 버는 건 그냥 그렇다.

 

하지만 공부를 무진장 많이 했기에 교수들조차 이 사람에게 문의를 할 정도이고 정부부처에서도 난해한 사안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해온다.

 

자연히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도 고위 공무원, 교수, 최고 전문가 등이 다수이다 보니 귀한 정보에도 밝고 무엇보다 이 사람의 소개만 받는다면 엔간한 곳은 다 뚫을 수 있고 큰 사건도 쉽게 접하게 된다.

 

이 사람은 늘 이야기한다.

 

자격사 돈벌이는 도박과 유사하다고.

 

도박을 막 시작한 시기엔 운이 좋아서 잠시 따기도 하나 오래 못 가는 게 보통이듯, 자격사 개업 후 반짝하고 잘 나갈 때 더 정신 차리고 내공을 쌓아야 언젠가 닥칠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돈에만 집착하여 브로커 같은 이상한 인간들 가까이하고 공부는 멀리하며 불법과 탈법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걸 즐기다가는, 어느새 수준 높은 후배들에게 추월당하고 시장에선 그렇고 그런 일만 하는 인간으로 전락하여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으니 장기적으로 무엇이 진짜 이익인지를 늘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입에 달고 산다.

 

어떻게든 책을 쓰고 가능한 자주 외부 기고를 하라고 나에게 길을 알려준 사람도 이 자격사였다.

 

책이 당장 큰돈은 안 될지라도 사람 자체를 달리 보이게 하며 집필 과정에서 엄청난 수양이 되기에 레벨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필수란다.

 

외부기고 역시도 실력 없는 상태에서 썼다가는 바로 개망신 당하기에 자연히 상당한 공부를 필요로 하고, 이 과정에서 연구한 것들은 은연중에 고객과 공무원에게 자연히 느껴지기에 있어 보이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했다.

 

가만 보면 돈만 바라는 자들은 외부기고나 집필을 거의 안 하고 그 흔한 블로그도 엔간하면 운영 안 한다.

 

설사 블로그는 운영할지라도 돈벌이 관련 내용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게 보통이다.

 

내가 운영 중인 이 블로그에는 별별 이야기가 다 올라가 있다.

 

다소 체면을 스스로 깎는 내용도 있지만 진솔함, 유익함, 재미 중 어느 한 마리 토끼라도 잡을 수 있는 글을 최대한 많이 올리려 나는 지난 10여 년간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전술한 공부 많이 한 자격사 왈, 이를 보고 다수의 사람들은 생각한단다.

 

저 사람은 믿을만하다고.

 

말로는 쉬울지 몰라도 글로는 사기 치는 게 어려우며,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편 올린 글은 그 저자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이기에 그렇단다.

 

결국 이렇게 해서 얻은 신뢰로 인해 굳이 영업을 안 해도 일거리가 올 거라 했고, 블로그 운영 초기엔 도저히 안 믿어졌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 사람 말대로 내 수입의 상당 부분이 이 블로그에 기인하여 생겨나고 있다.

 

돈벌이를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시각이 자본주의에선 주류일 것이다.

 

하지만 특히 자격사는 다소 다를 것 같은데 이 생각에 몇이나 공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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