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맛있는 거 드시나보네요”
“아, 선생님, 죄송합니다. 회진시간인 걸 모르고”
“아니에요. 몸은 좀 어때요, 환자분?”
“많이 좋아졌습니다. 갈비뼈 아프던 것도 거의 다 사라졌어요”
“잘 드시는 걸 보니 그러신 것 같네요. 냄새가 참 좋은데 뭐죠?”
“돼지갈비랑 양배추김치입니다”
“둘 다 저도 참 좋아해요. 사오신 건가요?”
“아뇨. 이 친구가 만들어다 준 겁니다”
“이 분이요? 가족도 이렇게까진 잘 안해주시던데....”
저녁 늦게 병원에 다녀왔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지인에 대한 문병이 목적이었다.
어제 통화를 하며 혹시 먹고픈 게 있는지 묻자 돼지갈비랑 시원한 양배추김치가 땡긴단다.
어렵지 않기에 어제 둘 다 만들어두었다가 아까 저녁에 돼지갈비를 구운 뒤 이것과 이미 적당히 익은 양배추김치를 가지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서도 물론 밥이 나오지만 이 사람 입엔 잘 안 맞나보다.
복도에 나와 있는 잔반들을 보니 반찬이 그냥 그렇다.
병원매점에서 구매한 햇반을 데워 전술한 두 가지 찬과 함께 주자 엄청 잘 먹는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려고 키위도 넣었고 양배추와 궁합이 좋은 부추도 첨가한 게 효과가 큰듯 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과장으로 보이는 의사가 회진을 왔고 전술한 대화를 나누었다.
참고로 이 지인의 직업은 사채업자다.
영화에 나오듯 불법을 자행하진 않지만 대단히 독하게 돈을 받아내는 건 맞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이 없고 얼마 전 2번째 아내와도 이혼한 후 혼자 살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다.
이런 인간쓰레기 멀리하라고.
하지만 이 사람은 최소한 나에겐 잘했다.
누구보다 가방끈 길고 좋은 직업 가졌으면서도 어떻게든 무료 서비스 받으려고 눈이 벌개서 발악하는 놈들이 비일비재한 세태에서 이 지인은 뭐 하나만 답을 해줘도 꼭 상담료를 입금해왔다.
그것도 꽤나 후하게.
나중엔 내가 미안해서 더 이상 이러지 말라고 하자 자신이 힘들게 돈을 벌듯 나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냐며 절대 그럴 수 없단다.
난 솔직히 이 사람을 이순신 장군보다도 더 존경한다.
누구보다 날 아껴줘야 할 친구 중에도 이런 태도 보이는 사람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늘 해다 준 음식에는 이런 사유도 포함되어 있다.
참고로 4인실이었는데 나머지 3명의 환자 모두가 내가 해다 준 음식에 눈독을 들이는 눈치였다.
참 시원하고 아삭해 보이는 양배추김치라는 탄성까지 누가 내뱉었다.
다들 아내가 있는 남자던데 아내들이 이 정도도 안 해주나.
예수가 그랬다.
가장 낮은 데 있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게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이라고.
사랑을 받을 자격이 가장 없는 자가 가장 사랑을 갈구한다는 속담은 왜 날 늘 이리 슬프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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