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 근처 #도서관에 갔다. 특별히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이것저것 책을 뒤적이며 머리를 식히기 위함이다.
책을 빌릴 수 있는 종합자료실에는 편안히 독서할 수 있는 소파와 탁자가 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맞은편에 앉는다. 이들은 잠시 책을 읽더니 가방에서 오레오(쿠키)를 꺼내서 먹기 시작한다. 나도 참 좋아하는 과자다.
이때 갑자기 남학생이 핸드폰을 보더니 무슨 일인지 가야 한다며 여학생을 재촉한다. 여학생도 가방을 싸더니 아무 말 없이 둘 다 나간다. 달랑 2개만 먹은 오레오는 그대로 남긴 채.
순간 저 남은 오레오를 먹을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냥 먹자니 그 커플이 혹시 돌아와서 남은 과자를 찾을까 봐 걱정이 됐고 안 먹자니 진짜 버리고 간 것이라면 너무 아까웠다. 물론 나가서 새것을 사 먹을 수도 있지만 무더위 속에 귀찮았다.
10여 분을 고민하다 눈을 딱 감고 먹었다. 역시나 정말 맛있었다.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혀로 핥으며 맛을 음미하고 있는데 그 커플이 돌연 나타났다. 급한 일이 다 끝났는지 여유 있게 다시 자리를 잡으며 빈 오레오 봉지와 나를 번갈아 응시하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해 말까지 더듬으며 그냥 간 줄 알고 내가 먹었으니 새로 하나사주겠다고 했다.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더니 둘이 킥킥거린다. 원칙적으로 내가 잘못했으니 대놓고 화내기도 그렇고 상당히 난감했다.
나이 들어서도 욕망을 자제 못하면 망신을 당한다는데 어제의 나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게져 서둘러 도서관을 나왔다. 식탐 앞에 강해지자며 깊이 반성했다. 하지만 귀가하는 나의 손에는 새로운 오레오 한 상자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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