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이야"
그 사람과 만난 곳은 요양원이었다.
유학을 준비하다 사고를 당했기와 나처럼 환자신분이었는데 친해지고 싶었지만 이 사람의 과도한 자긍심 탓에 거리가 좁혀지지 않다가 결국 이 사람은 자살을 하고 만다.
가족과도 연락이 거의 안 되고 기부금에 의존하던 요양원 환자들은 인형에 눈알을 붙이는 일 등을 하여 과자 값이라도 벌곤 했다.
나 역시 조금 몸이 좋아지자 이걸 통해 담배 값을 충당했는데 전술한 사람은 일절 하지 않았다.
구석에서 외국 원서만 들여다봤고 그거라도 읽고 있어야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약소하지만 돈을 모아 파티라도 해보자며 다들 열심히 전술한 일을 하는데 이 사람은 끝까지 거부했고 그 이유를 묻자 전술한 말을 한다.
내가 요양원을 나오고 얼마 뒤, 이 사람도 나왔다.
별다른 기술이나 경력 없이 체력도 안 좋기에 둘 다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히 제한적이었는데 이 사람은 그런 상황을 도저히 못 받아들였다.
지인의 소개로 사우나에 취업했는데 수건을 개거나 음료수를 정리하는 일이 너무 싫다는 말만 반복하더니 결국 사직을 한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대학원에 가긴 늦은 나이에 무엇보다 등록금이 없었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고 어떻게든 최고가 돼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어느 날, 산에 들어가 머리를 식히고 온다더니 그날이 이 사람의 제삿날이 되고 만다.
나도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을 감돌며 이를 귀신처럼 캐치한 사람들로부터 비아냥 혹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새로운 사업을 런칭한 지인의 개업식에 갔다가 삼성도 아닌데 뭘 그리 고민하느냐는 말을 무심결에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개나 걸도 얼마든지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정말 열심히 살고 싶지만 모 아니면 무조건 무시하는 기존 관념을 바꾸는 게 정말 어렵다.
저승에 가 있는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할까?
그곳에선 최고가 되었을까?
삶의 의미는 무엇이 좌우하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왜 신은 나에게 답을 주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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