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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우울증,정신건강

최고만 살아갈 가치가 있나?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가슴은....)

by 강명주 노무사 2020. 11. 9.

"영혼이 사라지는 느낌이야"​

그 사람과 만난 곳은 요양원이었다.​

유학을 준비하다 사고를 당했기와 나처럼 환자신분이었는데 친해지고 싶었지만 이 사람의 과도한 자긍심 탓에 거리가 좁혀지지 않다가 결국 이 사람은 자살을 하고 만다.​

가족과도 연락이 거의 안 되고 기부금에 의존하던 요양원 환자들은 인형에 눈알을 붙이는 일 등을 하여 과자 값이라도 벌곤 했다.​

나 역시 조금 몸이 좋아지자 이걸 통해 담배 값을 충당했는데 전술한 사람은 일절 하지 않았다.​

구석에서 외국 원서만 들여다봤고 그거라도 읽고 있어야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약소하지만 돈을 모아 파티라도 해보자며 다들 열심히 전술한 일을 하는데 이 사람은 끝까지 거부했고 그 이유를 묻자 전술한 말을 한다.​

내가 요양원을 나오고 얼마 뒤, 이 사람도 나왔다.​

별다른 기술이나 경력 없이 체력도 안 좋기에 둘 다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히 제한적이었는데 이 사람은 그런 상황을 도저히 못 받아들였다.​

지인의 소개로 사우나에 취업했는데 수건을 개거나 음료수를 정리하는 일이 너무 싫다는 말만 반복하더니 결국 사직을 한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미 대학원에 가긴 늦은 나이에 무엇보다 등록금이 없었다.​

이렇게 살아선 안 되고 어떻게든 최고가 돼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어느 날, 산에 들어가 머리를 식히고 온다더니 그날이 이 사람의 제삿날이 되고 만다.​

나도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을 감돌며 이를 귀신처럼 캐치한 사람들로부터 비아냥 혹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새로운 사업을 런칭한 지인의 개업식에 갔다가 삼성도 아닌데 뭘 그리 고민하느냐는 말을 무심결에 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

개나 걸도 얼마든지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정말 열심히 살고 싶지만 모 아니면 무조건 무시하는 기존 관념을 바꾸는 게 정말 어렵다.​

저승에 가 있는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할까?​

그곳에선 최고가 되었을까?​

삶의 의미는 무엇이 좌우하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왜 신은 나에게 답을 주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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