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갔다.
이 집은 #백반을 참 잘한다.
매일 바뀌는 정갈한 반찬에 밥도 맛있다.
오늘은 남자사장으로 보이는 분이 밥을 밥통에서 직접 떠주시던데 공교롭게 이 분 손에 살짝 밥이 닿은 듯하다.
진짜 닿았는지 확실치 않고 설령 닿았더라도 그냥 무시하면 되지만 갑자기 결벽증이 도진다.
밥을 바꿔달라고 하기도 뭐해서 돈을 따로 낼 테니 공깃밥을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다.
또 떠주시는데 이번에도 느낌상 영 닿은 것 같다.
도저히 입에 안 넘어 갈듯하여 반찬과 밥 모두 일절 손을 안 댄 채, 돈만 내고 그냥 가겠다고 했다.
음식을 준비하던 여자사장도 나와서 남자사장과 함께 굉장히 의아해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손에 밥이 닿은 듯하여 이런다는 말이 도저히 안 나온다.
그냥 오미크론 탓에 요즘 민감해서 그렇다는 말로 얼버무리며 돈을 냈다.
절대 안 받는다.
음식을 안 먹었는데 무슨 돈이냐며 그냥 가란다.
음식을 차리기는 했기에 당연히 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고 그래서 극구 내려고 했다.
결단코 안 받으시기에 탁자에 돈을 올려놓고 도망치듯 나오려 하자 여자사장이 번개처럼 따라 나오더니 내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다시 들어가서 주려고 하자 안에서 가게문을 잠그며 날 못 들어오게 한다.
어쩔 수없이 귀갓길에 올랐다가 10여 분 후 다시 갔다.
너무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다며 제발 돈을 받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극구 사양한다.
진짜 그냥 가도 되냐고 묻자 그렇다고 하기에 결국 그냥 왔다.
두 분 모두 대단히 양심적이다.
그냥 손에 밥알 좀 닿았어도 병 같은 거 안 옮고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는데....
나는 왜 이리 또라이가 되었을까.
한동안 잠잠하더니 이노무 결벽증이....
나이 들어 도진 결벽증은 고치기 힘들다던데 진짜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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