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점심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봄기운이 완연한 게 무진장 공기가 청량하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보니 옛날식 다방이 보인다.
시골틱한 곳이라 그런지 레트로한 감성을 자극하는 장소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다방은 자하에 위치했기에 호기심도 자극한다.
간만에 쌍화차나 맛보려고 들어가 봤다.
어두침침한 조명 아래 중년의 여성이 대단히 반갑게 맞이한다.
느낌은 좀 아니었지만 권하는 대로 구석의 테이블에 앉았다.
쌍화차를 시키고 둘러보고 있자니 어딘가에서 어떤 여자가 나타난다.
조명이 어두워서 얼굴은 잘 안 보였지만 스커트가 대단히 짧다는 건 명확하다.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옆에 앉겠다는데 외모가 할머니다.
이런 다방엔 손님을 끄는 레지들이 보통 있던데 요즘은 젊은 아가씨를 구하기 힘든지 할머니가 이 역할을 하나보다.
아주 진한 화장에 노출 심한 옷을 입은 할머니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치근덕대니 돌아버리겠다.
이건 레트로가 아니라 지옥이다.
얼마 전, 조선족 사건 해주면 알게 된 모 사채업자가 날 협박할 때도 이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
서둘러 만 원을 테이블 위에 놓고 일어났다.
잔돈 가져가라는 말이 뒤통수를 때렸만 돌아보지도 않고 건전한 세계로의 도주를 감행했다.
방석집 등 이 동네에 이상한 곳들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설마 다방도 이럴 줄이야.
근데 최소한 연령대 정도는 맞추고 호객행위를 하는 게 기본적 상도 아닐까?
레지로 할머니를 쓰려면 고객들에게 오히려 돈을 줘야할 텐데.
이 할머니가 보인 끈적함은 죽는 날까지 잊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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