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졸업장과 노무사 자격증 중 뭐가 더 소중하세요?”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얼마 전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소규모에 임금도 뻔한데 업종이 괜찮아서인지 지원자가 수두룩했다. 1/3이상이 세칭 명문대 출신이라 취업난을 새삼 실감했는데 좋은 자격증 가진 자 위주로 뽑아야겠다고 대놓고 이 친구는 말했다.
고대 나온 선후배, 동기 중에 이젠 연락조차 안 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최소한 일자리라도 있으면 연락은 되는데 중년의 나이에 퇴출되고 나면 취업 등이 장난 아니게 어렵기에 이런 듯했다. 나 역시 과거 요양원에 있으며 사회활동을 못할 때는 애써 친구들을 외면했었다.
노무사 지인 중에는 이런 자들이 하나도 없다. 서로 의가 갈려 연락을 안 할망정, 사라지는 노무사는 본 적이 전혀 없다. 이 자격증만 있으면 중년의 나이에도 어지간한 회사 일자리나 임기제 공무원 자리 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어서인지 백수 되었다는 사람 들어 본 적이 없고 연락도 꼬박 꼬박 잘 된다.
몇 년 전만해도 전술한 질문을 들었다면 전자를 택하거나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 오랜 학교의 역사와 사회적 인식을 생각하면 비교 자체가 무리라고 느꼈을 소지가 크다.
하지만 요즘이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명문대 졸업장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중년 퇴직자의 삶이 어떤지 노무사로 일하며 누구보다 생생히 지켜봤고 이와 대비되는 노무사 자격증의 전술한 위력까지 실감하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6~70년대까지는 자격증은 변호사 정도만 쳐줬다.
그래선지 자격증 전혀 없이 학벌만 좋아도 당신엔 평생 좋은 직장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경쟁이 격화되고 전문성이 강조되자 다양한 자격증이 생겼고 이젠 그 위세가 학력을 압도하는 듯하다.
많은 연봉 받으면서도 날 부럽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종종 본다.
내 사정 뻔히 알면서도 이러기에 처음엔 조롱하는 게 아닌가 화도 났는데 언젠가는 나와야 한다는 불안함과 그 후의 삶에 대한 걱정이 이런 발언을 하게 한 걸 거라고 설명하는 절친의 말을 들으니 조금은 이해가 간다.
호화로운 전세보다는 궁상맞아도 내 소유의 집이 더 나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이렇게 자격증을 중시하는 세태가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한 기술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PS: 이 글을 고대에 대한 비하라고 오해하지 말길. 다른 대학들도 이 대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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