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으로서 반정부 운동을 같이 하던 대학생 4명이 경찰에 잡혀갔다.
박정희 말엽의 일이라 심각해질 수도 있었지만 운 좋게 좋은 경찰을 만나서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진 후, 훈방 조치된다.
물론 취조 과정에서 폭언을 듣고 따귀 몇 대는 맞았지만 당시 시대상을 볼 때 이 정도는 애교였다.
이들 중 3명은 지금도 정정하며 종종 언급하는 등 이 일을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이때 유난히 심한 공포에 시달렸고 그게 원인이 되어 결국 정신분열까지 발병한다.
그 정도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고 나머지 3명도 증언하고 있지만 이 사람에겐 태어나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었는지 그 트라우마가 이런 사단까지 불러온다.
정신병으로 군대가 면제가 되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간신히 대학은 졸업했지만 여전히 환각, 환청이 심했기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은 꿈도 못 꾼다.
돈은 많은 집이었기에 결혼을 하면 혹시 좋아질까 하는 기대에 시골처녀를 돈 주고 사오다시피해서 혼인까지 시켰지만 애를 낳고난 이후에도 증상은 여전했단다.
결국 지친 아내는 이혼을 한 후, 애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며 완전히 연을 끊었고 지금은 노모 혼자 이 남자를 간병하고 있다.
전술한 3명의 친구들이 종종 들러도 이젠 잘 알아보지도 못한단다.
이 사람의 나약한 맷집만이 유일한 원인일까?
동일한 소주병 4개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일부는 깨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부는 박살이 날 수도 있다.
인생에서의 불확실성에 대해 어찌 대처해야하는 건지.
비바람 속에서도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노력하던 노모의 모습이 안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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