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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장애, 더불어 살자

왜 장애인은 아나운서 될 수 없나?(특수학교의 비애)

by 강명주 노무사 2021. 5. 8.

"사장님, 이런 식으로 회사 운영하시면 저희는 일 못 합니다"​

아는 사장이 연락을 해왔다.​

장애인을 적지 않게 고용한 상태인데 이 중 일부에 대한 승진발령 탓에 일반인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다며 방법을 묻는다.​

제조업인 이 회사에선 단순 조립이 전체 프로세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일을 일반인은 지겨워서인지 비 선호하는데 장애인은 꽤나 열심히 하며 불량률도 현저히 낮기에 장애인 고용률이 높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단순조립은 장애인, 그 외 업무는 일반인의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몇 년이 흐르다보니 단순 조립에 빠삭해진 장애인 중에 홍보나 영업, 재무 등에도 관심을 보이는 자들이 생겨났고 시험 삼아 일을 시켜보니 조립 업무에서 닦은 기초지식이 탄탄해서인지 일반인보다 훨씬 더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봄에 큰 맘 먹고 상당수 장애인을 단순조립 이외의 업무로 돌리자 일반 직원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다며 문의를 해온 것이다.​

요양원에 있던 시절, 뒤늦게 공부를 해보겠다는 동료 환자가 있었다.​

몸이 대단히 불편했는데 그나마 내가 가방줄이 길다는 걸 알자 이것저것 문의를 해왔고 처음엔 아주 성실히 알려주었다.​

하지만 어렵다는 시험 1차에 이 사람이 붙었다는 소식을 듣자 이상한 거부감이 들었고 다른 핑계를 대며 그 뒤론 등을 돌려버렸다. ​ ​ ​

결국 이 사람은 이 시험에 최종합격 했고 나에게 그래도 고맙다며 연락을 해왔지만 당시 나는 외면하고 만다. ​

지금은 대단히 부끄럽지만, 그때는 나보다 몸이 더 불편한 자가 나를 능가하는 게 몸서리 처지게 싫었다. ​

전술한 회사의 일반인들 역시 장애인들이 조립에만 종사할 때는 자신들보다 낮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별 거부감이 없었지만 이번 발령에 따라 같은 위치에 서서 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과거의 나와 비슷한 기분이 든 게 아닐까.​

가끔은 생각해 본다.​

아나운서 일을 장애인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요즘 가장 각광받는 직업인 아나운서 업무를 팔, 다리 등이 불편한 자가 수행한다면 같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란 인식 확산에 아주 큰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다른 스펙은 동일한 채, 외모만 장애인이라 다소 떨어지는 게 아나운서 업무 수행에 큰 하자가 될까?​

이를 언젠가 술자리에서 말했는데 동석한 자들 모두가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

이유는 대지 않지만 보기 싫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같다.​

장애인 생존에 필수인 특수 학교조차 인근 주민의 반대로 제대로 짓지 못하는 나라가 과연 정상일까?​

전술한 내 과거 경험을 사장에게 설명하며 일반 직원들을 일단은 잘 다독거려주되 그래도 반발이 심하면 모두 해고하라고 했다.​

회사의 정당한 인사발령, 그것도 본인과 무관한 조치를 이유로 직무수행을 거부하는 건 합당한 해고사유라고 노무사도 이야기했다며 꼭 전하라고 했다.​

노비제 폐지에 그토록 반대했던 양반과 평민의 피가 아직도 한민족에겐 남아있는 게 아니지 심히 의심스런 오늘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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