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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악마,가족일반)

야쿠르트 아줌마와 너무 잘난 그 아들

by 강명주 노무사 2023. 5. 9.

 

아까 오후에 #외근을 나갔다가 본 장면.

 

초등학교 바로 앞에서 잠시 누굴 기다리는데 하교시간인지 가방을 매고 나오는 애들과 마중 나온 엄마들로 아주 혼잡했다.

 

카트에 올라타고 있던 어떤 야쿠르트 아줌마도 자식을 기다리는지 연신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윽고 애가 보이는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애 이름을 부른다.

 

다가오는 애를 보니 아들이던데 무지 잘 생겼다.

 

또래들보다 키도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조금만 더 크면 여자 깨나 울릴 얼굴이다.

 

그런데 이 애는 자꾸 딴 데를 보며 엄마를 모르는 척한다.

 

야쿠르트 카트를 몰고 온 엄마가 부끄러운가 보다.

 

엄마는 이를 모르는지 카트에서 바로 내려 꽉 안아줬지만 애는 엄마를 안지 않는다.

 

잠시 후, 이 아들의 친구들과 그 엄마들이 모여들자 다들 반갑게 인사를 했고 야쿠르트 아줌마는 돈도 안 받고 야구르트를 나눠준다.

 

아들 기를 세워주려고 이러는 것 같지만 여전히 아들은 인상만 쓰고 있다.

 

내가 과민한지 몰라도 이 아들의 엄마가 야쿠르트 아줌마임을 파악한 친구들의 얼굴빛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잠시 뒤 야구르트를 더 팔아야 하기에 집에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같은 방향의 다른 엄마에게 신경 좀 써달라고 부탁을 하는 이 엄마.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들 녀석은 쏜살같이 혼자 그냥 달려가 버린다.

 

뒤에서 엄마가 불렀지만 돌아보지도 않는다.

 

예전 같으면 부모 맘을 모르는 녀석이라며 아들 욕을 했겠지만 냉정히 말해 이 아들 입장에선 충분히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의사나 판검사의 아들이라고 해도 당연히 믿을 정도로 애는 진짜 귀티가 났는데....

 

이 아들이 외모만큼 마음 씀씀이도 남다르다면 어쨌든 이해하고 살아가겠지만 그게 안 되면 가까운 미래에 결국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나.

 

이 말 하면 날 죽일 듯이 비난할 자들이 속출하겠지만 너무 좋은 개를 데리고 있는 노숙자를 보면 난 무지 강한 이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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