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님, 접니다"
"아, 최 선생님. 며칠 전 말씀하신 건은 어떻게 되었어요?"
"아주 잘 됐어요. 복직하라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별다른 말없이 바로 그러던가요?"
"아뇨.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러겠어요. 노무사님 말씀하신 대로 처음엔 제 책임 운운하며 징계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그래서요?"
"그러길래 노무사님이 알려주신 대로 조목조목 맞받아치니 자기들도 노무사에게 알아본다고 했고 결국 복직하라는 이야기가 어제 문자로 왔어요. 노무사님 말씀처럼 이길 수 없어 보이니 그런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감정의 골이 깊으셨을 텐데 그래도 복직하실 건가요?"
"그래야죠. 말로야 부당해고구제신청해서 해고기간 중 임금 받고 다른 데 갈 거라며 호기롭게 외쳤지만 100프로 이긴다는 보장이 없고 무엇보다 이 나이엔 재취업이 대단히 어렵기에 지금은 복직이 제일인 것 같아요"
"그동안 무단결근하신 건 회사가 어떻게 처리한다고 하던가요?"
"그것도 노무사님이 꼭 물어보라고 해서 질문했더니 그냥 넘긴다네요. 피차 잊을 거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말을 자꾸 해서 저도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노무사님 말씀대로 모두 녹음해 두었으니 뒤집기 힘들 겁니다"
"제가 다 기쁩니다. 앞으로 즐거운 회사생활 하세요"
"노무사님, 상담료도 얼마 안 드렸는데 덕분에 제가 너무 많은 걸 얻어서 더 드리고 싶어요. 내일이 그렇지 않아도 월급날이니 더 송금할게요"
"전 이겼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지만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오늘 오전 모 근로자와의 통화.
난 이기는 게 좋다.
내가 직접 나서는 #싸움은 물론이고 제3자가 당사자이나 내가 코치하는 싸움 역시 마찬가지다.
노무사로서 상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런 코치를 하게 되고 이 성향 탓인지 무진장 열심히 신경 쓴다.
그 결과 전술한 대화처럼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엄청 기쁘다.
상당수 자격사는 받는 보수에 비례하여 상담에 신경 써 준다던데 나는 좀 다르다.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인지 일단 이기는 걸 가장 중시하기에 처음엔 최대한 성실하게 상담해 준다.
물론 그래서 아주 좋은 결과 얻었음에도 별다른 고마움 표시 안 한 자가 나중에 또 상담 요청하면 그땐 대충 상담해 주는 게 사실이다.
나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을 테고 큰 흉은 아닐 것이다.
여튼 이기는 걸 왜 이리 난 좋아할까?
전생에 글라디에이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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