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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친구,선후배,동창회

도와달라는 친구를 원수로 변모시키는 지름길

by 강명주 노무사 2023. 2. 2.

“갑자기 찾아와서 정말 미안한데 지난 연말에 우리 신랑이 회사를 그만뒀어. 애들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돈이 많이 들기에 이번에 내가 보험설계 일을 시작했거든. 너네 남편 잘 나간다는 소문이 동창들 사이에 파다하기에 면목 없지만 찾아와봤다. 보험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될까?”

“그랬구나. 남편은 어쩌다 그만둔 거야? 해고? 사직?”

“해고라나 봐. 회사가 어렵대”

“요즘 안 어려운 회사가 어디 있어? 근데 너 라스베이거스 가봤니? 얼마 전에 우리 온 가족이 같이 갔었는데 진짜 좋더라. 도박 안 해도 호텔비 무지 싸게 해줘. 너도 꼭 가봐. 내가 호텔 연락처 줄 테니”

“나중에 여건 되면 갈게. 근데 보험은....”

“여보, 그때 우리 라스베이거스에서 찍은 사진들 당신 핸드폰에 있지? 이리 좀 줘 봐. 직접 가기 힘들면 이거라도 꼭 봐봐. 정말 끝내줘”

“내가 지금 애들 올 시간이라 보험계약만 마치면 바로 집에 가야 하는데”

“뭘 그리 바쁘게 사니? 그건 그렇고 영미(가명) 애 아프다는 말 들었어?”

“응. 백혈병이라던데 정말 안 됐더라”

“학교 다닐 땐, 지가 제일 잘난 줄 알고 그렇게 고개 빳빳이 세우고 살더니 하늘이 벌 준 거야. 솔직히 그 소식 듣고 난 무지 고소하더라”

“그래도 애가 아픈데....”

“아참, 그러고 보니 학교 때 너랑 영미랑 친했지? 그래서 이렇게 감싸주는 거니?”

“아냐, 그런 거. 근데 민정(가명)아, 보험 좀 지금 계약 안 될까?”

“네가 그토록 아끼는 영미에게 들어달라고 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잘못했어. 영미 애가 병 걸린 건 다 네 말이 맞아. 그러니 제발 좀 부탁해”

“생각 좀 해볼 테니 날씨 따뜻해지면 다시 와라. 요즘 날씨는 왜 이리 추운지. 너네 아파트는 난방 잘 돼?”

“네가 보험 들어준다고 해서 3번이나 버스 갈아타고 왔어. 그런데 다시 오라고 하면 난 어쩌니”

“네가 아직 영업이 뭔지 모르는 구나. 여보, 우리 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보여주는 그 유투브 주소 좀 줘 봐. 야~~~ 이 유튜브 주소 들어가서 이거 가지고 공부부터 해라. 넌 영업의 기초부터 배워야 해. 근데 학교 땐 영미랑 너랑 공부 잘한다고 그렇게 날 업신여기더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호호호”

픽션이 아니라 내가 오늘 모 회사 사장실에서 직접 본 넌픽션이다.

사장과 대화 중에 이 사장의 아내가 들어왔고 잠시 같이 환담을 나누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쭈뼛거리며 들어온다.

알고 보니 사장 아내의 동창인데 전술한 대로 보험을 팔러 온 것이다.

하지만 이 사장 아내는 끝까지 안 들어주며 계속 애만 태웠고 결국 이 여자는 울음까지 터뜨리고 나가버렸다.

나갈 때 이 여자의 눈빛은 장난 아니었다.

이 눈빛만 보면 그 어떤 사악한 행위이라도 할 것 같던데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

도움을 요청하러 온 친구를 이렇게 가지고 놀며 가학적 쾌감을 충족시키는 자들을 종종 본다.

학창 시절의 열등감 등이 원인인 듯 한데 둘만 있을 때 해도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를 굳이 다른 사람도 동석한 자리에서 하게하고 끝끝내 들어주지 않으면서 희망고문만 하는 게 이들의 18번으로 보였다.

이 사장 아내에게 당한 여자가 복수를 할 경우, 전후 사정을 모르는 세상은 이 여자만 욕할 것이다.

하지만 이 복수사건을 맡을 판검사가 오늘 이 자리에 있었다면 설사 살인이라 할지라도 이 여자에게 가능한 유리하게 판단하려 노력하리라 난 장담할 수 있다.

원수를 만드는 습벽을 고치라는 강의는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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