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하는 꿈을 꿨을 때, 나의 변한 대처법:
그제 밤에 복수하는 꿈을 또 꿨다.
내 인생을 바꿀 정도의 피해를 고의로 나에게 입히고도 사과를 거부하던 그들의 온 몸을 칼로 난자질하는 꿈이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여전히 그들은 깔깔대며 날 조롱만 했고 찌르다 지쳐 잠이 깨고 만다.
예전에도 관련 글을 포스팅 했지만 보통 이런 꿈을 꾸면 3~4일은 그 여파로 일상생활이 무척이나 힘들다.
온몸에 진이 빠진 채, 업무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어떻게든 딴 생각을 하려 술이나 게임으로 도망치곤 했다.
법으로 하자니 이미 공소시효와 소멸시효가 도과되었고 실제로 복수를 하자니 교도소 갈 게 무서워서 자꾸 꾸는 이 꿈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괴로움만 주었기에 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날 바꾸기로 했기에 이번엔 달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인 난 일방적 피해자였다는 점과 그러니 절대 자책하지 말자는 생각부터 자꾸 되뇌었다.
이러면서 점차 이 꿈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나 자신이 너무 우습게 느껴진다.
내가 가해자가 아닌데 왜 꿈까지 꾸며 괴로워해야 하나.
꿈속에서라도 시원하게 복수를 하고 깨고 나선 후련함을 느낀다면 몰라도 힘들게 복수까지 해놓고 괴로움마저 느끼는 건 참 그렇다.
사무실 근처에 최근 생긴 스파게티 집에 들어갔다.
내가 즐기는 크림스파게티와 와인 한 잔을 시켰다.
맛있을 걸 입에 넣으니 꿈에 대해 굳이 더 반추하고 싶지 않다.
내 소중한 인생을 왜 이딴 생각에 빠져 낭비해야 하는지.
그렇다고 복수가 무의미하거나 그들을 용서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건 그거고 내 인생을 즐기는 건 즐기는 거고.
이 둘은 엄연히 별개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했을 뿐.
스파게티 다 먹고 계산하며 알바생이 하도 이쁘기에 맛난 거 사먹으라고 3만원을 팁으로 줬다.
안 받으려 하기에 나쁜 뜻 없다는 걸 강조하자 받아준다.
이러면서 지어주는 미소는 3만 원 가치를 훌쩍 넘는다.
그 인간들은 내 인생을 파멸시키려 했지만 난 결국 이렇게 살아남았고 나름 즐기고 있다.
내가 즐겁게 살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건가?
복수는 차차 더 치밀하게 연구하면 되고 정 안 되면 저승에서 염라대왕이 대신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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