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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살,구타,안경

자살 사유별 타당성 분석

by 강명주 노무사 2023. 1. 9.

자살 사유별 타당성 분석:

자살할 의지로 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막상 한계상황을 맞으면 이 말은 그저 개소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자살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이에 사유에 따라 그 자살의 타당성 정도를 논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가난

가난, 즉 금전적 어려움 탓에도 많이들 죽는다. 당장 돈이 없으면 기본적인 의식주가 어렵고 빚이라도 있으면 채권자들의 압박에도 시달려야 하기에 어려운 상황임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다만. 이 악물고 버티면 견딜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타당도가 높아보이진 않는다. 파산·회생제도도 있고 일정 금액 이하의 월급 등은 압류가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사유로 죽는 자 대다수는 멘탈이 대단히 약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2. 질병

암처럼 생명에 치명적인 병 혹은 녹내장 같이 신체기능을 완전히 손상시키는 병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는 타당도가 꽤나 높아 보인다. 지금 자살하지 않아도 어차피 얼마 못 살거니 계속 살 수 있더라도 신체기능이 엄청나게 낮아진 채 버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솔직히 나라도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이로 인해 자살한 자들에겐 그저 명복을 빌 뿐이다.

3. 사랑의 실패

의외로 이 사유로도 다수가 죽는다. 하지만 타당도는 무지 낮다. 투신자살로 유명한 외국의 어떤 다리(bridge)에서 자살사유 별로 죽기 직전까지 자살자들이 얼마나 살려고 버둥댔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물속의 미끄러운 다리 교각을 손으로 어떻겠든 붙잡으려 노력한 정도를 기준으로 삼았던데 실연으로 인한 자살이 가장 그 정도가 높았다고 한다. 죽기 직전까지 손톱이 다 빠지고 심지어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교각을 붙잡으며 안 죽으려 노력한 자들 다수는 사랑을 이유로 뛰어든 자들이었다. 당시엔 괴롭겠지만 세상엔 남자, 여자가 너무 많기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전혀 죽을 사유가 아니라고 본다.

4. 진학실패(시험낙방)

이 또한 살면서 꽤나 큰 상실감을 준다. 원하는 대학에 못 가거나 희망하는 자격증 획득에 실패하면 그 동안 들인 노력이 허사가 되고 남은 인생이 아무 의미 없다고 느껴지며 주위의 눈은 따갑기만 하기에 생을 마감하고 싶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전술한 가난처럼 버티면 얼마든지 버티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절대 눈을 낮추기 싫겠지만 다소 낮은 대학이나 자격증으로 눈을 돌리거나 혹은 아예 학벌이나 자격증 없이 사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절대 바보 짓은 아니다. 세상살이의 방법은 너무 많고 인생이란 기나긴 마라톤에선 어떤 극적인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많은 가능성을 미리 다 포기하고 죽겠다는 건 멍충이의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다.

5. 우울증(자기비하)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우울하다는 이유만으로 죽는 자들도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약물의 처방과 판매가 무지 활성화 되어있던데 정 힘들면 먹는 걸 권장한다. 다만, 우울하다는 건 인간만의 특권이기에 이를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건 틀린 생각이다. 우울증 약은 나 역시 예전에 누명(무혐의 받고 끝남)쓰고 고생하며 약 3달간 먹어 보았지만 결국 희노애락오비희 같은 감정의 민감도를 낮추는 메커니즘을 가졌던데, 조금 과장하여 말한다면 좀비 만드는 약 아닌가? 가끔 자살충동을 느끼더라도 이를 어떻게든 조절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사는 삶이 자살 충동은 전혀 없지만 별다른 감정 없이 로보트처럼 사는 인생보다 훨씬 더 인간답지 않나? 다시 말하지만 24시간 자살 생각만 나는 등 무지 위험한 상황이라면 약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다소 증세가 좋아졌다면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약 없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강력 권장한다. 그리고 일부 사람은 심한 자기비하 탓에 우울증에 빠지고 결국 자살이나 약물 장기복용으로 이어지던데 이렇게 키운 부모잘못도 크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본인의 책임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참고로 난 구순구개열이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나 늘 자기비하에 시달렸고 심지어는 고려대 진학 후에도 고대밖에 못 온 인생이기에 살 가치가 전혀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버티다 꽤나 나이 먹고 노무사 되어 다양한 인간군상을 접하다 보니 다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 누가 그랬다. 그런 유전병 가지고 손가락질 당하면서도 고대 간 거면 무지 성공한 인생 아니냐고. 이 말 듣고 마음을 돌려먹자 세상 모든 게 달리보이고 우울함이 대폭 사라졌다. 원효의 해골바가지 이야기는 특히 우울증 환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스스로 우울증이라 단정짓고 의사에게 괜한 돈 가져다 바치며 아무리 불쌍한 척해도 세상은 당신들을 조금도 동정 안 한다. 어떤 상황이든 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미래를 바꾸려 노력할 때 세상은 당신을 높게 평가할 거라는 점을 목소리 높여 말하고 싶다.

6. 후회

기러기 아빠처럼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심하게 후회하는 자들도 자살을 선택하곤 한다. 그런데 산재사고로 장애인이 된 근로자나 부모 없는 고아처럼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안 좋은 인생을 살아야 했던 경우가 아니라면 타당도가 과연 높을까? 스스로의 귀책사유로 그렇게 된 인생, 대표적으로 기러기 아빠를 예로 들자면 누구도 이렇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로 인해 죽더라도 그게 어쨌다는 건가? 아무 의미 없고 동정한 가치도 없는 개죽음의 전형이라 본다.

7. 체면손상(수치심)

주로 실업자들의 자살이 해당하고 종종 하이클래스들도 이를 이유로 죽는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가 몰락한 정치인이 가장 좋은 예다. 나 같은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당사자로선 이미 누리던 권세를 더 이상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괴로워서 이럴 것 같다. 드물지만 회사에서 강등당하고 수치심에 자살하기도 한다.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이나 눈높이 낮추면 취업은 가능할 소지가 크고 체면손상으로 인한 고통 또한 견디면 견딜만 하다는 점에서 나로선 납득하기 힘들다.

8. 분노

복수를 하고 싶지만 도저히 복수를 못해서 죽는 경우도 있다. 주로 형사사건의 피해자들이 이런다. 현행 사법시스템하에선 큰 돈 써서 좋은 변호사 사면 어지간한 죄는 빠져나가기 수월하기에 애꿎은 피해자로선 오장육부가 뒤집어지는 게 보통이다. 아니면 양다리처럼 법적으론 문제 삼기 힘들어도 사회적·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합당한 사과를 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 인해 화병이 도져 자살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런 자살의 타당도를 낮게 보나 사람은 심리적 동물이기도 하며 나 역시 공소시효 도과된 범죄의 피해자로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살충동까지 느끼고 나니 개인적으론 꽤나 타당하다고 여기고 있다.

9. 형사처벌의 공포

전술한 분노가 주로 피해자들의 자살사유라면 이건 가해자들의 자살사유다. 그런데 요즘은 교도소의 운영비용을 걱정한 탓인지 어지간하면 판사들이 실형 안 내린다. 끽해야 집행유예고 벌금형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실형이 나왔다면 이는 진짜 나쁜 짓 했다는 증거이기에 이 실형이 무서워서 죽었다고 한다면 아무로 공감 안 하며 오히려 박수 치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성범죄자들은 벌금형이 내려져도 그로인한 보안처분에 대한 무서움과 평생 성범죄자 낙인 속에 살아야한다는 굴욕감에 죽곤 하던데 이 역시 스스로의 선택으로 성범죄 저질렀다는 점에서 타당성 제로이다. 진짜 억울하게 유죄판결 내려졌고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죽는다면 이는 당근 타당성 높고 동정의 여지도 크나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엔 조금만 이상해도 바로 공론화되기에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참고로 몇 년 전에 누명(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 나옴)쓰고 고생할 때 나 역시 자살충동이 심하게 시달렸기에 그 심정을 꽤나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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