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명주야, 나야. 간만이다"
"민주(가명)? 어쩐 일이야?"
"십 년도 넘게 연락 끊겼던 친구에게 너무 냉랭하네"
"나 지금 바빠. 용건만 간단히 하자"
"내일 혹시 시간 나?"
"왜?"
"간만에 만나서 차 마시고 밥이나 먹자고"
"그게 다야?"
"사실 내가 내일 병원에 가야 해. 그런데 무릎이 많이 안 좋아서 혼자는 힘들 것 같아. 네가 좀 도와주면 좋겠는데. 아주 못 걷는 건 아니니 부축만 해주면 돼. 병원 가서 의사에게 지난번 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 듣고 향후 치료 계획을 잡는 게 내일 할 일이야. 내 자궁이 많이 안 좋대. 오래 안 걸릴 테니 네가 집까지 날 데려다주면 내 집에서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면 좋을 것 같은데“
“차랑 밥이 주主가 아니라 병원 데려갔다 데려올 도우미가 필요한 거네. 왜 그걸 이렇게 포장을 해?”
“꼭 그렇다기보단 너도 예전엔 나랑 같이 시간 보내는 거 좋아했기에”
“그건 그때지.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간청에 간청을 하면 넌 은혜 베풀듯 아주 쪼금만 시간 내주다가 잘생긴 애들에게 연락 오면 바로 가버렸잖아”
“그땐 내가 너무 어렸어”
“어리긴 뭐가 어려. 나랑 동갑에 이미 당시 성인이었는데. 게다가 내가 명품 향수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다 주자 큰 사이즈가 아니라고 면박 줬던 게 바로 너야. 당시 그거 사느라고 10일간 라면만 먹었다고 말했지만 넌 개무시했잖아”
“명주야, 내가 너에게 좀 심했다는 거 인정해. 근데 이미 다 흘러간 과거를 더 따지면 뭐 하겠니. 이제라도 우리 다시 잘해볼 수 없을까? 난 너에게 좋은 감정 많아”
“너야 늘 받기만 했으니 좋은 감정 많겠지. 근데 10여 년 전 마지막 만남에서 네가 했던 말을 난 죽어도 못 잊겠어. 내가 가진 구순구개열 언급하며 유전 가능한 병 가진 사람은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나 이미 폐경기야. 그래서 이젠 아무 상관 없어”
“젊어서 애 낳을 수 있을 땐 유전병 탓하며 떠났다가 애 낳지 못할 나이 되어 늙고 병들자 다시 돌아오겠다는 네 마인드가 난 무지 괘씸한데?”
“솔직히 여러 남자 만나봤는데 너만큼 따뜻한 사람은 없었어. 난 늘 널 그리워했나 봐”
“야 이 미친년아. 그렇게 입 발린 소리 하면 내가 바보 천치처럼 다시금 널 여왕으로 떠받들어줄 것 같아?”
“내가 지금 옆에 진짜 아무도 없어. 간병인 구하려 해도 다들 너무 사무적이고 힘쓰는 일은 남자밖에 없는데 모르는 남자가 내 몸에 손대는 게 너무 싫어. 제발 도와줘”
“됐네. 난 그동안 열심히 레벨 올리고 건강 관리하니 요즘 젊은 여자들이랑 아주 잘 되고 있어. 너 같은 할매에게 시간 낭비할 생각 전혀 없으니 다시는 연락 마라. 죽든 살든 내 알 바 아니니”
이렇게 #후안무치한 년의 대가리 속엔 뭐가 들었을까?
시원하게 할 말 다하고 나니 무지 후련하네.
왜 진작 이러고 살지 않았는지 그저 후회스러울 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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