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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군상,인간관계,대화법

이 사람 장례식장에 진짜 가기 싫다(삼국지의 진짜 매력)

by 강명주 노무사 2022. 11. 22.

"강 노무사, 이따 김 실장 장례식장에 갈 거지?"

"음.... 시간 되면 갈 텐데 안 되면 못 갈 거야"

"김 실장이랑 친하지 않았어?"

"그래 보였어?"

#삼국지가 그 오랜 시간 계속해서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그 누구도 영원히 잘나가진 못했다는 점이 근본 요인 같다.

가장 머리 좋고 인재도 제일 많이 모은 조조조차 적벽에선 개박살났고, 한왕실의 후예라는 정통성 면에서 최고였으며 하나만 얻어도 천하는 얻는다는 복룡, 봉추를 모두 자기사람으로 만든 유비 역시도 이릉대전에서 초토화되어 주요 인재를 다 잃어버렸으며, 별다른 실책 없이 오나라를 잘 운영하며 육손 같은 최고 지략가를 바로 옆에 뒀던 손권도 태자를 결정함에 있어 더 없는 바보짓을 함으로써 국가를 거덜 내버렸다.

조만간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고 돌아올 테니 초막을 잘 지키고 있으라는 당부를 하인에게 남길 정도로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제갈공명은 결국 사마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오장원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으며, 숙적 제갈량을 이기고 위나라를 통째로 먹어치운 사마의는 손자가 세운 서진이 불과 30년도 지탱하지 못함으로써 쿠데타의 원흉으로만 세세연연 평가절하되곤 한다.

하지만 인간적인 면의 극치는 화무십일홍이어서인지 삼국지는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을 빠져들게 일종의 마성을 가지고 있다.

나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잘나가는 자들과 적당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곤 한다.

하지만 별다른 굴곡 없이 평탄하게만 살아온 자들은 통상 나에겐 매력이 많이 떨어지기에 이권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바로 돌아서는 게 보통이다.

전술한 김 실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무난히 고학력 얻은 뒤, 장인의 회사에 들어가 떵떵거리며 늘 대접만 받아온 사람이다.

나를 좋게 보았는지 몇 차례 부르기에 같이 술도 종종 먹었지만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수평선 같다는 느낌만 받았다.

이랬던 이 사람이 지병으로 얼마 전 죽었다.

장례식장에 과연 가야 할지 고민이다.

사람 자체가 좋아서 알고 지낸 사이라면 머나먼 지방이라도 반드시 가는 나지만 이 양반처럼 비즈니스적 목적이 강했던 자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고통 없이 살았던 자는 절대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속설은 일상사에도 나름의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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