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무사(업무,강의,소회 등)

나의 치명적인 단점(하지만 고치지 않으련다)

by 강명주 노무사 2022. 10. 31.

"노무사님, 정 대리랑 뭔 일 있으셨어요?"
“4대보험 관련 문의를 하기에 공단에 물어보라고 한 게 단데요”
“정 대리는 그게 많이 섭섭했나 봅니다”
“자문계약하며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4대보험 관련 간단한 업무는 안 한다고요”
“그러셨죠”

아까 자문사 사장과의 대화.

난 거시는 좋아하지만 미시는 별로고, 총론이나 개론은 열심히 하지만 각론은 대충하는 아주 나쁜 단점을 지녔다. ​

그렇기에 노무사 업에서도 4대보험이나 각종 지원금 그리고 퇴직연금 같은 업무는 엔간하면 안 하려 한다.

이것들이 요즘은 큰돈이 되기에 어떻게든 숟가락 얻으려 난리인 다른 자격사들도 무지 많건만 난 그렇다.

회사의 전반적인 노무진단이나 인력구조개편, 승진면접 관련 일을 좋아하는데 이것들 역시도 서면작업은 솔직히 싫다.

그냥 구두로 말해주는 게 보통이며 진짜 큰돈이 걸리면 서면을 만들어주기도 하나 흔하진 않다. ​ ​

보통 이러면 굶어죽어야 마땅하거늘 타고난 사기꾼 기질이 있는지 적지 않은 사장들을 현혹(?)시키곤 구두로만 보고하는 희한한 형태의 자문계약 내지는 컨설팅을 따내서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다.

아주 어릴 때 눈이 너무 나빠서 칠판글씨가 전혀 안 보였지만 안경을 쓰지 못한 채 오래 시간을 보내며 독학에 의존했고, 이 과정에서 뼈다귀만 어떻게든 익히고 디테일한 내용은 그냥 넘기는 버릇이 몸에 뵌 게 전술한 단점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술한 사장은 올해 말 자문계약 갱신 시, 나를 거절한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처음엔 날 좋게 봐도 대다수 노무사들이 해주는 서비스를 안 해주는 걸 언제까지고 참아주는 사용자들은 사실 많지 않다.

한때는 어떻게든 이 단점을 고쳐보려 했지만 이젠 포기 상태다.

무리를 한다면 내가 싫어하는 업무들도 할 수는 있다.

노무사 공부하며 4대 보험법을 달달 다 외웠고 전공도 통계학과라 숫자에 약하진 않기에 두렵지 않다.

다만, 워낙 쌓인 게 많아서 열불이 자주 나는 내 스타일 상, 이것들조차 참고 하다보면 진짜로 암 생길지 모르기에 무리하고 싶지 않다.

정 안 되면 굶어죽으면 그만이다.

구순구개열(언청이) 유전을 막기 위해 결혼마저 포기하고 나니 이 정도는 솔직히 껌이다.

이게 바람직한 반응일진 모르겠지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