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님, 정 대리랑 뭔 일 있으셨어요?"
“4대보험 관련 문의를 하기에 공단에 물어보라고 한 게 단데요”
“정 대리는 그게 많이 섭섭했나 봅니다”
“자문계약하며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4대보험 관련 간단한 업무는 안 한다고요”
“그러셨죠”
아까 자문사 사장과의 대화.
난 거시는 좋아하지만 미시는 별로고, 총론이나 개론은 열심히 하지만 각론은 대충하는 아주 나쁜 단점을 지녔다.
그렇기에 노무사 업에서도 4대보험이나 각종 지원금 그리고 퇴직연금 같은 업무는 엔간하면 안 하려 한다.
이것들이 요즘은 큰돈이 되기에 어떻게든 숟가락 얻으려 난리인 다른 자격사들도 무지 많건만 난 그렇다.
회사의 전반적인 노무진단이나 인력구조개편, 승진면접 관련 일을 좋아하는데 이것들 역시도 서면작업은 솔직히 싫다.
그냥 구두로 말해주는 게 보통이며 진짜 큰돈이 걸리면 서면을 만들어주기도 하나 흔하진 않다.
보통 이러면 굶어죽어야 마땅하거늘 타고난 사기꾼 기질이 있는지 적지 않은 사장들을 현혹(?)시키곤 구두로만 보고하는 희한한 형태의 자문계약 내지는 컨설팅을 따내서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다.
아주 어릴 때 눈이 너무 나빠서 칠판글씨가 전혀 안 보였지만 안경을 쓰지 못한 채 오래 시간을 보내며 독학에 의존했고, 이 과정에서 뼈다귀만 어떻게든 익히고 디테일한 내용은 그냥 넘기는 버릇이 몸에 뵌 게 전술한 단점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술한 사장은 올해 말 자문계약 갱신 시, 나를 거절한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처음엔 날 좋게 봐도 대다수 노무사들이 해주는 서비스를 안 해주는 걸 언제까지고 참아주는 사용자들은 사실 많지 않다.
한때는 어떻게든 이 단점을 고쳐보려 했지만 이젠 포기 상태다.
무리를 한다면 내가 싫어하는 업무들도 할 수는 있다.
노무사 공부하며 4대 보험법을 달달 다 외웠고 전공도 통계학과라 숫자에 약하진 않기에 두렵지 않다.
다만, 워낙 쌓인 게 많아서 열불이 자주 나는 내 스타일 상, 이것들조차 참고 하다보면 진짜로 암 생길지 모르기에 무리하고 싶지 않다.
정 안 되면 굶어죽으면 그만이다.
구순구개열(언청이) 유전을 막기 위해 결혼마저 포기하고 나니 이 정도는 솔직히 껌이다.
이게 바람직한 반응일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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