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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뷰티

내가 옷장사에도 재능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

by 강명주 노무사 2022. 10. 18.

“어르신, 톰 크루즈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사야겠네”

“사장님, 오늘 옷은 다 들어왔죠?”

“그렇긴 한데....”

“그럼 이만 가볼게요. 오늘은 맘에 드는 게 없네요”

“더 놀다 가시지....”

장날에만 운영하는 내 단골 #중고옷집은 아침 6시에 문을 연 후, 약 1시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옷들이 들어온다.

여러 곳에서 떨이로 가져오기에 이러나 본데 재판매를 위해 구매하는 업자들이 하도 많다보니 모든 옷이 다 들어올 때까지 대기하며 경쟁을 해야 좋은 물건을 잡을 수 있다.

어차피 출근시간이 늦어도 무방하기에 옷들을 다 오길 기다리는 나에게 언제부터인가 남자손님들이 문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 가게의 사장과 직원 그리고 업자 모두가 공교롭게 여자다보니 남자손님들은 다소 문의하길 어려워하던 차에 남자인 내가 마치 사장인 양 장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오해한 것 같다.

이런 중고 가게를 찾는 남자는 주로 늙수그레한 중년이상의 연배이다.

게다가 유부남들은 아내들이 보통 옷을 챙겨주기에 아내가 없는 자들이라 추정된다.

또한 중고 옷집의 특성상 수치 등이 확실하지 않고 손님이 알아서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기에 더더욱 나에게 질문을 하는 것 같다.

과거 사과나 컴퓨터 장사하던 가락을 살려 적당한 조언과 함께 맞장구까지 쳐주면 대단히 좋아한다.

이 가게 1년 넘게 다니며, 좋은 옷 고르려 쌓은 지식이 이렇게 빛을 발한다.

아까도 톰 크루즈는커녕 언클 톰처럼 생긴 노친네에게 전술한 말을 하자 바로 산다.

이런 식으로 오늘만 5벌을 팔았다.

이를 저 멀리 구석에서 사장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도둑맞는 것만 걱정하는 이 냉혹한 사장에게도 나의 따뜻한 멘트들이 매상에 꽤나 도움이 된다고 느껴졌는지 전술한 대로 더 놀다 가라는 말까지 한다.

그럼 공짜로 한 벌이라도 주든지...

감히 노무사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사용하려 한 이 사장을 노동부에 신고할까.

 

근데 노무사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옷을 팔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 참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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