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속,종교,운명,불가사의

신을 저주한다면서 왜 나는 자꾸 성당에 가나?

by 강명주 노무사 2022. 9. 15.

#최인훈의 <광장>보다도 개인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하며,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 생각하는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에 나오는 주인공 민요섭은 기존 기독교에 회의를 품고 새로운 신을 찾으려 하나 결국 나중엔 정통 기독교로 회귀한다.

그 이유가 하도 읽은 지 오래되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나, 수천 년간 기독교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소수의 힘만으론 부정하기 힘들기에 그랬을 거라 나는 해석했다.

요즘 밤에 운동을 나가면 돌아오는 길에 꼭 성당에 들른다.

난 아주 오랫동안 신을 부정하고 살았다.

아니 저주했다는 게 더 옳을 것이다.

나에게 구순구개열이란 천형과 청춘을 다 앗아간 의료사고를 준 신이 너무 미웠다.

지금도 이 감정은 여전하다.

하지만 미움도 오래 쌓이다 보니 다소나마 정이 생긴 듯하다.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석하거나 기도를 하진 않는다.

사람들이 드문 성모상 앞에서 서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생긴 친구에게 말하듯 혼자 이것저것 읊조리다 올 뿐이다.

그들에 대한 분노를 억눌렀기에 지금 교도소에 가 있지 않다는 사실은 신에게 고맙다.

평상시 나였다면 백 프로 큰 죄를 저질렀어야 할 순간이었지만 신기하게 그때만은 이성을 유지했고 결국 나는 스스로를 파괴하여 쾌락을 얻는 기존 루틴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었다.

신은 없을지도 모른다.

내 기존 생각대로 예수란 미친놈이 있었고 말빨만 좋아서 창녀나 양아치 끌고 다니며 삥이나 뜯었는데 이 자가 창녀랑 눈이 맞아 멀리 도망 간 뒤, 그 제자들이 호구지책으로 이 예수를 선지자로 포장하여 팔아먹기 시작했고 이게 오늘날 기독교의 진짜 뿌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성당에 가면 마음에 편해진다.

나 스스로를 미워하고 혐오하는 마음이 이때만은 다소 사라지는 듯하고 이 때문에라도 자꾸 가게 된다.

전술한 민요섭을 배교했다며 민요섭의 제자였던 조동팔이 살해한다.

난 예수를 비롯한 기존의 신을 여전히 믿지 않기에 살해는 안 당하겠지?

신에 대한 지금의 내 감정은 도대체 뭘까?

그냥 내가 늙고 약해졌기에 알아서 치는 g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