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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악한 고려대 동창보다는 선량한 타대 출신이 백 배는 더 좋은데

by 강명주 노무사 2022. 9. 2.

"노무사님, 고대 나오셨죠?"​

"아, 네"​

"저희 대표님도 고대고 저도 그렇고 저희 회사에 고대 출신 아주 많습니다"​

"네~~~에"​

"고대 출신들 잘 뭉치는 건 세상이 다 알지 않습니까? 그러니 노무사님이랑도 이번 일을 계기로 친밀해지고 싶네요. 저희가 다른 많은 회사 소개해 드릴 수도 있어요“​

“잠시만요. 공식적으로 저는 근로자 측 대리인이라 사용자 측이랑 가까워지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지네요. 이 사건 다 끝나고 사적으로 만나서 그런다면 몰라도 사건진행 중에 이런 대화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이리 빡빡하세요? 솔직히 말할게요. 근로자가 그냥 합의하도록 적당히 이끌어주세요. 그러면 저희도 절대 노무사님 잊지 않겠습니다. 이건 불법도 아니잖아요?” ​

“굉장히 불쾌하군요. 다시는 이런 연락 마세요. 아무리 고대 출신이라도 이런 이야기 함부로 꺼내는 사람들은 절대 가까이 안 합니다”​

백수 시절 나는 #고대 관련된 사안에 미쳐 살았다. ​

선거나 개각을 해도 고대 출신 숫자부터 파악했고 각종 스포츠에서도 고대의 승리만 신경 썼으며 잘 나가는 자 중에 고대출신이 누구인지 애써 기억하곤 했다.​

당시 나는 고대 졸업장 외엔 전혀 내세울 게 없었기에 고대와 나를 동일시했고 그래서 이런 미친 짓을 했나보다. ​ ​ ​ ​ ​

하지만 이젠 전혀 아니다.​

고대 출신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이 얼마나 법과 도리에 부합하는지가 핵심이라는 걸 노무사로 일하며 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

전술한 대화는 지금 진행 중인 사건에서 상대방 측과의 전화 내용이다.​

이런 고대출신들과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게 대단히 부끄럽다.​

사악한 고대 출신보다는 선량한 타대 출신이 백 배는 더 선호되는 게 요즘 내 솔직한 심정이다.​

무조건 뭉치자는 고대의 인습에 불과한 교풍은 도대체 언제가 돼야 개선될까?​

민족고대 보다는 클린고대를 바라는 나 같은 교우들이 주류가 되는 그날이 오면 정말 좋으련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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