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님, 고대 나오셨죠?"
"아, 네"
"저희 대표님도 고대고 저도 그렇고 저희 회사에 고대 출신 아주 많습니다"
"네~~~에"
"고대 출신들 잘 뭉치는 건 세상이 다 알지 않습니까? 그러니 노무사님이랑도 이번 일을 계기로 친밀해지고 싶네요. 저희가 다른 많은 회사 소개해 드릴 수도 있어요“
“잠시만요. 공식적으로 저는 근로자 측 대리인이라 사용자 측이랑 가까워지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지네요. 이 사건 다 끝나고 사적으로 만나서 그런다면 몰라도 사건진행 중에 이런 대화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이리 빡빡하세요? 솔직히 말할게요. 근로자가 그냥 합의하도록 적당히 이끌어주세요. 그러면 저희도 절대 노무사님 잊지 않겠습니다. 이건 불법도 아니잖아요?”
“굉장히 불쾌하군요. 다시는 이런 연락 마세요. 아무리 고대 출신이라도 이런 이야기 함부로 꺼내는 사람들은 절대 가까이 안 합니다”
백수 시절 나는 #고대 관련된 사안에 미쳐 살았다.
선거나 개각을 해도 고대 출신 숫자부터 파악했고 각종 스포츠에서도 고대의 승리만 신경 썼으며 잘 나가는 자 중에 고대출신이 누구인지 애써 기억하곤 했다.
당시 나는 고대 졸업장 외엔 전혀 내세울 게 없었기에 고대와 나를 동일시했고 그래서 이런 미친 짓을 했나보다.
하지만 이젠 전혀 아니다.
고대 출신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이 얼마나 법과 도리에 부합하는지가 핵심이라는 걸 노무사로 일하며 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술한 대화는 지금 진행 중인 사건에서 상대방 측과의 전화 내용이다.
이런 고대출신들과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게 대단히 부끄럽다.
사악한 고대 출신보다는 선량한 타대 출신이 백 배는 더 선호되는 게 요즘 내 솔직한 심정이다.
무조건 뭉치자는 고대의 인습에 불과한 교풍은 도대체 언제가 돼야 개선될까?
민족고대 보다는 클린고대를 바라는 나 같은 교우들이 주류가 되는 그날이 오면 정말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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