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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동업,대기업,사용자

성희롱·사내폭력에 대한 대기업 윗대가리들의 무사안일한 태도

by 강명주 노무사 2022. 9. 1.

"선생님을 서포트 해주라고 현지 정부가 붙여준 사람이 일은 참 잘하고 선생님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가만 보니 다른 여직원들에게 계속해서 성희롱을 자행합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인체에 위험한 농약을 현지 정부의 실세가 다국적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수입한 후, 전국의 농가에 보급하려 하며 이에 대해 누구도 문제삼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현지 야당이나 언론이 농업전문가인 선생님에게 한 말씀 해주시길 부탁했습니다.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정부로부터 공사를 발주 받은 기업과 그 소속 근로자간에 임금에 대한 의견충돌이 발생하여 현재 근로자들이 일을 안하고 있습니다. 건설전문가이신 선생님에게 이 상황에 대한 자문을 그 기업이 요청했다면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건축가 자격증을 가지신 선생님이 보시기에 소방 등 안전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는 제도나 입법이 현지에서 행해지려 할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현지에서 선생님이 공들여 지도한 젊은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며 더 이상 안 배우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제 모 심사에 심사관으로 참가했다. 우리나라 전문가를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기 위해 파견하는 사업에서 지원한 후보들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는 심사이다. 선정이 되면 파견 나가는 자 1명마다 상당한 금액이 모 기업으로부터 지원된다.

나는 전술한 질문들을 했다.

다른 심사관들은 주로 "건강은 어떠신가요?", "외국에 계실 때 힘드신 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족 분들과 당분간 떨어져 계셔야 하는데 괜찮으신지요?" 등 무난한 질문들을 했지만 나는 좀 생각이 달랐다.

#지원자들은 전부가 60대 이상이고 70대인 사람도 많았다. 나름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3~40년 이상 탄탄한 경력을 갖춘 분들이기에 이분들의 유연성, 수용성, 도덕성 등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술한 질문들을 일부러 했는데 침묵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다수였고 일부는 이런 상황이 왜 문제인지조차 인식 못하는 눈치였다. 

지원자 대다수는 대기업 출신이다. 과거의 대기업은 이런 상황발생시 거의 항상 쉬쉬하며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움직였고 이로 의해 많은 희생자와 병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비록 대기업 출신이지만 퇴직을 한 사람들이 다수이기에 뭔가 변화된 마인드를 기대했지만 실망이 컸다.

특히 성희롱이나 사내폭력 등을 별거 아닌 것으로 간주하는 상당수 지원자들을 보니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아직도 갈 길이 참 멀구나 하는 생각이 절도 든 하루였다.

ps: 성희롱을 가볍게만 여기는 지원자에게 "아내 분이나 따님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할 경우에도 그런 식으로 반응을 보이실 건가요?"라는 질문을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심사분위기가 완전 다운되거나 싸움이 날까 우려스러워서 못했다. 

ps: 내가 한 질문들을 일부 다른 심사위원들은 괜한 걸 문제 삼는다는 식으로 보며 안 좋게만 여기는 눈치가 노골적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만 심사한다면 지원금의 낭비가능성이 높아질 텐데. 깐깐하게 심사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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