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라고 할 것도 없다. 햄이랑 양배추를 적당히 잘라서 찜통에 찌면 끝이다.
다만 이걸 찍어 먹는 소스가 중요한데 나는 와사비, 꿀, 청냥고추, 복숭아 간 것, 후추를 섞어서 만들었다.
이 소스가 은근히 괜찮다. 내가 개발한 것으로 강추다.
이 요리는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주인공인 군인이 간호장교를 꼬셔서 스위스로 탈영을 하고 거기서 결혼을 하는데 속도위반이라 출산일이 닥쳤다.
병원에 데려간 아내는 난산으로 고생을 하고 의사는 나가서 식사라도 하고 오라며 이 군인을 내보낸다.
근처 선술집에서 주인공이 식사 대신 먹은 음식이 바로 이 햄양배추찜이다.
물론 내가 한 것 보다는 훨씬 잘 만들었겠지만 재료는 그래도 같으니....
결말을 이야기하자면 결국 아내는 출산을 하다 아이와 함께 죽는다.
호텔까지 데려다 준다는 의사의 제의를 거절하고 병원을 나선 주인공의 얼굴 위에 눈물을 감춰주려는 듯 비가 내린다.
이 마지막 장면을 헤밍웨이는 57번 퇴고를 했다고 한다.
내가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사별을 할지언정 결혼이 하고픈데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나에게 또 신이 벌을 내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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