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 문명 같은 수천 년 전 유적지에서도 “요즘 애들 문제 많다”는 취지의 글이 적힌 석판이 발굴되기에 젊은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싸잡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취업 등에 있어서는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감정까지 느낀다.
다만 인터넷 탓인지 너무 편한 것만 찾는 자세는 지양하는 것이 본인이나 사회 모두를 위해 좋을 듯하다. 특정 업종이나 회사 등에 관심이 갈 경우, 일단 인터넷으로 대략적인 정보를 얻고 나면 그 회사 등을 방문하여 직접 문의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 같은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대다수가 인터넷으로만 알아본다. 발로 뛸 생각을 거의 않는다.
요즘은 입사원서도 거의 모든 회사가 인터넷으로 접수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말 입사하길 원하는 회사라면 직접 방문하여 제출하는 것은 어떨까? 미리 그 회사를 방문하여 재직자 등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고 이것도 반영하여 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후, 직접 가져가서 본인 PR과 함께 제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으려나?
물론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찮아하거나 짜증 내는 회사 관계자도 적지 않겠지만 이런 열정을 높이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노무사가 되고 나면 6개월간 수습을 받아야 개업이 가능한데 이 수습을 노무법인과 노동관련행정기관 중 어디서 받느냐가 개업 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다른 일을 오래 하다가 나이가 많아서 노무사가 되었고 노무법인에서 수습을 받고 싶었다. 나이 탓인지 원서를 낸 어떤 법인도 나를 원하지 않았다. 가만히 방에 앉아 고민하다가 네이버에서 노무법인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서울 시내에 180여 곳이 있기에 이중 이미 동기들이 수습을 받고 있는 60여 곳을 제외한 120곳의 명단과 연락처, 위치 등을 프린트했다.
그리고 정성 들여 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120부 프린트하여 가방에 넣고 무작정 이 120곳 법인을 방문하여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잡상인 취급도 받았고 면박이나 모욕도 겪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보고 싶었다. 여건이 허락 안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120곳 전부를 방문하는 데 약 보름이 걸린 것으로 기억난다. 격식은 갖춰야 할 듯하여 양복에 구두를 신고 돌았는데 마지막 날이 가까워서는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서 많이 고생했다.
이런 막무가내식 홍보의 결과, 제대로 된 수습 자리를 얻을 수 있었고 이때 인연을 맺은 선배 노무사님들 중에는 나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적지 않다.
오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모 강의에서 이 경험을 이야기했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절대 젊은이들의 탓이 아니며 그건 그것대로 개선해 나가되, 그래도 일단 취업은 해야 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했다.
반응이 영 아니다.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데?”라는 뉘앙스의 피드백을 거의 모든 수강생으로부터 받았다. 이렇게 고생 안 하고도 모두가 원하는 직장을 얻는 날이 오기를 나도 갈망하지만 그렇게 되기는 요원하기에 그때까지 뭐라도 해보자는 취지였는데 젊은이들에게 내 말이 기분 나빴나 보다.
수강생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보다는 그들이 듣고 좋아할 이야기를 할 때 일반적으로 강의평가 점수가 높게 나온다. 이렇게 수강생들 입맛에 어느 정도 맞추면 강의 부탁도 많이 들어오고 다 좋은데 나는 왠지 죄짓는 듯해서 도움이 될 이야기 위주로 강의를 한다. 조만간 강사자리 다 잘릴지도 모르겠다.
ps: 그래도 일부 수강생이 내가 사용한 방법을 이용해서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한 후, 좋은 강의해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할 때가 가뭄에 콩 나듯 있다. 이럴 때는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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