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오전에 요즘 종종 요청이 들어오는 #화상강의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별도로 구입한 웹캠의 우수한 성능에 내 기존 오프라인에서의 강의력이 결합하니 금상첨화다.
에어컨을 생리적으로 싫어하기에 현관문은 물론 창문까지 활짝 열어놓고 열변을 토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삑사리가 들려온다.
텔레토비 대가리보다 큰 수박을 단 돈 1만 원에 판다는 수박장사의 마이크 소리다(내가 지어낸 멘트가 아니라 진짜로 이렇게 선전을 해댔다).
심각했던 강의 분위기가 갑자기 개콘으로 변하며 수강생들의 긴장이 확 풀린다.
서둘러 문과 창문을 닫고 다시 시작했지만 일단 바람이 빠지니 영 그렇다.
간신히 강의를 마치고 보니 이 수박장사는 여전히 트럭을 길가에 대놓고 성업 중이다.
너무 열받아서 112에 신고를 하려고 막 핸드폰을 드는 찰라, 수박장사로 추정되는 중년 남자를 따라다니는 꼬마가 눈에 밟힌다.
초등학교 들어갈락 말락 한 나이던데 아빠를 따라 나온 모앙이다.
저 사람도 돈을 벌어야 저 애를 먹여 살릴 텐데.
이 생각이 들자 핸드폰을 잡은 손에 힘이 빠진다.
결국 나는 아무런 이의제기를 안 했고 수박장사는 열심히 팔다가 다른 동네로 차를 몰고 갔다.
다음 강의 땐 아무리 더워도 문과 창문을 미리 꽉꽉 닫아둬야 하나?
광해군이 방에 가두고 군불을 때서 죽인 영창대군의 심정이 이런 건지 참 궁금하다.
'노무사(업무,강의,소회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탁받은 강의내용에서 일부러 벗어난 강의를 한 이유 (2) | 2022.08.20 |
---|---|
여자 수강생에게 당한 조롱을 핑계 삼아 다시 유흥의 세계로? (0) | 2022.08.19 |
노무사들도 끼리끼리 모인다는 냉정한 현실 (0) | 2022.08.16 |
동료 노무사들로부터 강의요청을 받으면 엔돌핀이 마구 솟는다 (0) | 2022.08.16 |
중풍 걸린 친구 보고 노무사가 하는 냉정한 생각들 (1) | 2022.08.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