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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학벌, 교육, 공부

강의 준비 제대로 안 하다 펑펑 울게 된 여자강사

by 강명주 노무사 2022. 8. 7.

"강사님, 그 상황에서는 회피전략도 있을 수 있지 않나요?"

"네?"

"그러니까 굳이 맞대응하거나 굴복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잖아요? 어차피 시장지배력도 적지 않으니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보며 관망해도 될 텐데요?"

"음.... 그래도 노벨상 수상자가 한 말이니 그냥 받아들이시죠"

"강사님,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발언을 하십니까? 우리 수강생들이 호구로 보입니까?"

아까 오후에 모 여자강사가 펑펑 우는 것을 봤다.

나름 똑똑해 보이는 젊은 강사로서 모 유명대학 경영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마케팅 관련 강의를 했으며 이 강의에 이어진 직원관리 강의를 내가 맡았기에 다소 일찍 도착한 후 구석에서 지켜봤다.

노벨상 수상자의 모 이론을 소개했는데 이게 문제였다. 그 이론 자체가 허접한 건지 아니면 이 강사가 이론을 제대로 소화 못한 건지 몰라도 영 설명이 부실했다.

당연히 수강생 중 한 명이 전술한 이의를 제기했고 노벨상이란 권위에 기대어 위기를 탈출하려던 강사의 시도는 여지없이 공격받았다.

결국 이 수강생 외의 다른 수강생들도 강사의 준비 부족을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강사는 눈물까지 흘리며 강의실을 뛰쳐나갔다.

너무 까칠했다며 수강생 탓을 할 수도 있지만 내 강의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에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둔 발언을 통해 100프로 납득시키니 아무 소리 못하고 바로 쭈그러들었다.

법 관련 강의는 법적 요건과 효과, 관련 절차, 판례, 학설 정도만 알려주면 별다른 이의가 있을 게 없지만 기타 강의, 특히 재무와 회계 이외의 경영학 강의는 얼마든지 이론(異論)이 가능하기에 강의 준비를 하며 충분한 새도우 복싱을 해야 한다.

수강생들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염두에 두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납득시키고 격퇴할까까지 면밀히 준비해둬야 한다.

아마 울면서 나간 저 강사는 상당 기간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이제 막 강사 일을 시작하려던 나에게, 초등학교도 못 나온 알콜중독자조차 한 번 듣고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신경 써서 강의 준비를 하고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꿈에서도 시뮬레이션 하라던 선배노무사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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