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낮에 #만두를 들고 집 근처 서늘한 공원에 갔다.
단골 만둣집에서 산 것으로 고기왕만두 2개, 김치왕만두 하나, 찐빵 하나이다.
평일 오후라 사람이 거의 없는데 내가 앉은 벤치 맞은편에 상당한 미모의 아가씨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척이나 도도해 보이는 얼굴로 내가 게걸스럽게 고기만두 먹는 것을 열심히 바라본다.
원래 나는 고기->김치->고기->찐빵 이런 순으로 먹곤 한다.
중간에 김치를 먹음으로써 느끼함을 달래주고 피날레를 찐빵으로 장식함으로써 입안에 달콤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너무 뚫어지게 날 보기에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하나 먹을래요 라고 물었다. 이런 미인이 공공장소인 공원에서 설마 먹으랴 하는 생각을 했기에 형식상 물은 것이다.
네 라는 말을 바로 한다. 간절함이 듬뿍 담긴 말투다.
고기만두 하나를 건네니 열심히 먹는다. 참고로 이 만둣집은 왕만두 하나하나마다 종이에 별도로 담기에 들고 먹기가 아주 용이하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이라는 속담이 절로 떠오르게 금세 다 먹는다.
김치만두는 내가 이미 먹고 있었기에 찐빵이라도 더 들겠냐고 물으니 좋다고 한다.
건네진 찐빵 역시 빠른 속도로 이 아가씨의 스토먹 속으로 들어간다.
더 줄 만두도 없고 뭔가 대화라고 하고픈데 너무 앳되어 보인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큰 용기를 냈겠지만 지금 내 나이로 접근하는 것은 범죄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여러 이야기를 애써 억누르며 밥을 안 먹고 지냈냐고 물으니 요즘 다이어트 중인데 내 만두를 보는 순간 모든 의지가 사라졌다며 부끄러워한다.
키랑 몸무게를 물으니 일반 여자들에겐 환상의 수준에 이미 도달한 상태인데 여기서 더 빼야 한단다.
직업을 물어봐도 되냐고 하자 패션모델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잠시 뒤 이제 가봐야겠다며 정말 감사했다고 정중히 인사를 한다.
내 명함을 건네려던 손을 몰래 감추며 잘 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녀 탓에 못 먹은 만두와 찐빵은 또 사면되지만 그녀가 빼앗아간 내 마음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말 이 아가씨를 내 마음의 절도범으로 고소하고 싶다.
'남녀관계(결혼,불륜,동성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횡령으로 교도소 간 이 남자의 죄에 아내는 책임 없나? (0) | 2022.07.31 |
---|---|
결혼이 안 맞는 자가 재혼, 삼혼 하는 걸 보면.... (0) | 2022.07.31 |
세컨드가 조강지처보다 매력적인 근본 이유 (0) | 2022.07.29 |
사랑 안 한다는 말이 듣기 싫어 상대의 목에 칼을 꽂는다면? (0) | 2022.07.26 |
집착하는 남자가 초연한 남자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던데 나는.... (0) | 2022.07.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