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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우울증,정신건강

웃기는 글도 이곳에 종종 쓰는 근본 이유

by 강명주 노무사 2022. 2. 15.

이곳의 일부 글을 보고 누가 그랬다.​

엄청 재밌다고.​

근데 이곳의 다른 우울한 글들과는 너무 달라보여서 #동일인이 썼는지 의심스럽단다.​

원래 난 웃음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웃을 일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았고 웃음은 약자의 마지막 생존수단이라고만 여겼기에 그렇다. ​

그러다 요양원에서 미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웃을 거리를 찾아다녔고 결국 요즘처럼 흰소리도 종종 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요양원에서 가장 비참한 자는 질환이 악화되어 마침내 사망하거나 현실을 못 견디고 자살하는 자가 아니었다.​

절망에 빠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머리가 돌아버린 자가 최악이었다.​

사고로 다리를 하나 잃고 요양원에 들어온 뒤, 과거의 남친을 그리워하다가 미친 여자를 본 적이 있다.​

남친이 마을 어귀에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며 한밤중에도 목발을 집고 뛰쳐나갔고 보이지도 않는 남친을 봤다며 어서 데려와 달라는 말도 자주 했다. ​

군대에서 자신을 때리던 상사들이 이 요양원까지 따라왔다는 말을 하여 사람들을 긴장시킨 청년도 있었는데 이 사람도 결국 망상에 사로잡힌 상태였고 상사와 비슷한 체형의 다른 사람을 상사라 여기고 몽둥이로 패는 일까지 벌이고 만다.​

지금은 모르지만 당시엔 이 정도 되는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쉽게 수감되었다.​

요양원 전체의 질서를 위해 누군가가 유관기관에 도움을 요청했고 전술한 여자와 청년 모두 어느 햇살 좋은 봄날, 앰뷸런스에 강제로 태워져 사라졌다.​

난 이들을 보며 맹세했다.​

죽을지언정 절대 미치진 않겠다고.​

그리고 그 수단으로 유머를 선택한다.​

지나가는 아이들의 우스꽝스런 모습.​

마을 늙은 부부의 티격태격하는 대화.​

빤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행상들의 립서비스​

이런 것처럼 조금이라도 재밌는 건 메모를 했고 이를 소재로 짧은 꽁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대학 졸업 때까지 이룬 모든 걸 사고 한 방으로 다 잃고 20대에 머리가 다 흴 정도로 페인이 된 상태였지만 이 꽁트들 덕에 결국 나는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다.​

요즘 내가 쓰는 흰소리들도 어쩌면 여전히 미치지 않으려는 최후의 발악인지도 모른다.​

지금이라 해서 당시와 비교해 엄청 상황이 좋아진 것도 아니고 여전히 사과 한 마디 없이 떵떵 거리고 잘 사는 가해자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돌아버릴 것 같지만 이런 흰소리들을 끼적이는 순간만은 나도 모르게 분노는 잊혀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 말엔 참 많은 뜻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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