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노무사, 이따 선릉으로 올 거지?"
"아니. 나 못 가"
"바쁜 일 있어?"
"그건 아닌데 뭐 좀 해야 해"
"뭔데?"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거"
"그게 뭔데?"
"나중에 알려줄게"
"그럼 비전 있어 보이는지만 말해봐"
"솔직히 암울해"
"그럼 왜 붙잡고 있어? 당신 바보야?"
"이걸 하는 사람이 나라도 있어야 세상이 발전할 것 같아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하고 나와. 내가 쏠게"
"안 돼. 신경 써 준 고맙지만 난 이거 할 거야"
소설가 멜빌은 걸작 <모비딕(백경)>을 31살에 쓴다.
하지만 그가 70세로 죽을 때까지 이 작품을 알아봐 준 사람은 전혀 없었다.
오죽하면 노년의 멜빌이 창작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어 세관원이 될 정도였다.
완전히 잊혀졌던 이 작품은 그의 사후 30여년이 지나 모 영문과 교수에 의해 재발견되고 마침내 오늘날의 지위에 오른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곤란하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게 있다.
딱히 큰 돈벌이가 될 건 아니고 전술한 지인과의 대화처럼 시간낭비로 판명될 소지가 크다.
그래도 죽는 순간, 이걸 시도조차 못해봤다면 도저히 눈이 안 감길 정도로 원통할 듯하여 꾸역꾸역 하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전혀 빛을 못 보다가 죽고 나서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없진 않지만 어차피 정상적인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내 인생이기에 이조차 감지덕지다.
100인의 몽상가 중 99인은 필연적으로 몰락하고 성공은 단 1명에게만 가능하지만 인류의 발전은 결국 이들 몽상가 덕분이라는 말을 위안 삼아 아무도 없는 집으로 귀가하긴 하는데....
갖은 부귀영화 누리다 죽자마자 잊히는 인생보다는 외롭게 굶어죽더라도 좋은 쪽으로 이름을 세세연년 남기는 팔자를 극도로 선호하는 나는 미친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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