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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중인 새 책

몽상가의 삶을 고집하는 이유

by 강명주 노무사 2021. 5. 3.

"강 노무사, 이따 선릉으로 올 거지?"​
"아니. 나 못 가"​
"바쁜 일 있어?"​
"그건 아닌데 뭐 좀 해야 해"​
"뭔데?"​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거"​
"그게 뭔데?"​
"나중에 알려줄게"​
"그럼 비전 있어 보이는지만 말해봐"​
"솔직히 암울해"​
"그럼 왜 붙잡고 있어? 당신 바보야?"​
"이걸 하는 사람이 나라도 있어야 세상이 발전할 것 같아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만하고 나와. 내가 쏠게"​
"안 돼. 신경 써 준 고맙지만 난 이거 할 거야"​

소설가 멜빌은 걸작 <모비딕(백경)>을 31살에 쓴다.​

하지만 그가 70세로 죽을 때까지 이 작품을 알아봐 준 사람은 전혀 없었다.​

오죽하면 노년의 멜빌이 창작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어 세관원이 될 정도였다.​

완전히 잊혀졌던 이 작품은 그의 사후 30여년이 지나 모 영문과 교수에 의해 재발견되고 마침내 오늘날의 지위에 오른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곤란하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게 있다.​

딱히 큰 돈벌이가 될 건 아니고 전술한 지인과의 대화처럼 시간낭비로 판명될 소지가 크다.​

그래도 죽는 순간, 이걸 시도조차 못해봤다면 도저히 눈이 안 감길 정도로 원통할 듯하여 꾸역꾸역 하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전혀 빛을 못 보다가 죽고 나서 그나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없진 않지만 어차피 정상적인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내 인생이기에 이조차 감지덕지다.​

100인의 몽상가 중 99인은 필연적으로 몰락하고 성공은 단 1명에게만 가능하지만 인류의 발전은 결국 이들 몽상가 덕분이라는 말을 위안 삼아 아무도 없는 집으로 귀가하긴 하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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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부귀영화 누리다 죽자마자 잊히는 인생보다는 외롭게 굶어죽더라도 좋은 쪽으로 이름을 세세연년 남기는 팔자를 극도로 선호하는 나는 미친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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