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넘쳐나는 요리영상들을 볼 때마다 이상한 이질감이 든다.
과연 저 많은 재료가 다 필요할까 하는 생각 말이다.
김치를 예로 들어보자.
홍고추, 양파, 배, 사과, 생선 우린 육수, 마늘, 파, 굵은고춧가루, 가는고춧가루, 마늘, msg, 새우젓, 멸치액젓 등등을 다 때려 넣으면서 이래야만 제맛이 난다고 주장하는 유튜버들이 비일비재하다.
근데 과거 가난하던 시절 완전히 반대되는 김치도 먹어본 나로선 생각이 다르다.
국가보조금마저 안 나오던 무허가 요양원에 있으며 하도 김치가 먹고파서 버리다시피하는 배추를 헐값에 사다가 소금만 뿌려서 먹었지만 시장이 반찬인지 무지 맛있었다.
같은 원생들끼리 돈을 추려 이렇게 담근 김치로 겨울 한 철을 비타민 부족 없이 보낸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없는 그리고 아예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겐 이 글이 그저 멍멍이 소리로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당시 내가 겪은 일들은 그 후 내 인생 고비고비마다 떠오르며 나에게 아주 효과적인 동기부여 수단이 되었다.
요즘은 나도 제도권 안에서 제대로 살기에 유튜버들이 소개하는 수많은 재료들을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그래도 가능한 최소의 재료로 요리를 하려 하며 이를 맛본 누구도 누구도 맛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가난을 자꾸 떠올리는 내가 이상한 건지, 이런 날 배척하는 세상이 이상한 건지 신에게 물으면 답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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