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야,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왜? 또 무슨 문제 있어?"
"회사에서 이제 나오지 말래. 마누라는 더 이상 나랑 같이 살기 싫다고 하고"
"사고 쳤냐?"
"아냐, 절대"
"근데 왜 그래?"
"그걸 모르니 너에게 묻는 거잖아"
"당사자도 아닌데 내가 어찌 아냐?"
"그래도 넌 날 오래 알아왔으니 뭐라도 말 좀 해줘"
"됐어. 이 나이에 무슨...."
"어떤 쓴소리라도 좋으니 좀 해줘. 진짜 이제라도 고치고 싶고 네 조언이 절실하다"
"뭐라도 괜찮아?"
"당연하지.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넌데 오히려 고맙지"
"일단 넌 너무 무책임해"
"열심히 직장 다니며 가장 역할 다 한 나에게 뭔 소리?"
"겉으로야 그렇게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잖아? 상사가 싫은 소리 해야 그나마 정시 출근하고 여차하면 무단조퇴에 무단결근도 심심치 않지? 그래서 여러 직장 전전하며 노무사인 나에게 무지 자주 전화했던 거 다 잊었냐? 이번 해고 건도 아마 이게 원인일 걸.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낚시에 빠져서 애가 아파도 지방 내려가는 통에 제수씨 혼자 그 애 간병하느라 무지 고생했던 일도 다 잊었나? 그때 제수씨가 나에게 연락을 해서 내가 들쳐업고 병원 데려갔어. 이게 과연 책임감 있는 가장의 모습일까?"
"그건 네가 낚시의 재미를 몰라서 그래. 그리고 무단결근은 하도 사장이 지랄맞다 보니 그런 거고. 네가 내 입장이었다면 당장 때려치웠을 거야"
"아무리 취미가 소중해도 아빠란 사람이 그래도 된다고 보냐? 그리고 나도 노무사 하기 전에 직장 다녔고 개 같은 인간들 엄청 상대했지만 내 근로계약상의 책임은 절대 회피하지 않았어"
"알았어, 알았어. 별것도 아닌 걸로 참. 그게 다지?"
"뭔 소리. 이제 시작인데. 그리고 넌 너무 비도덕적이야"
"내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뭔 소리야?"
"꼭 사람을 죽이는 것만 나쁜 거냐? 지난 연말에 동창들이랑 같이 만났을 때, 다들 기분 좋게 1차 끝내고 이제 집에 가려는데 너 혼자 그랬잖아. 2차, 그것도 여자 나오는 데 꼭 가자고. 그래서 결국 너랑 상구(가명)만 그런 술집 가고 나머지는 귀가했는데 나중에 상구가 그러더만. 접대부에게 모텔 가자며 네가 무지 치근댔고 팁도 엄청 줬다고. 출산 후 나빠진 허리치료도 병원비 생각해서 잘 안 받고 있는 네 마누라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이런 너에게 제수씨가 이혼하자는 게 과연 이상한 걸까?"
"상구 이 개새끼, 주둥이 나불대는 건 여전하네"
"상구 욕하지 마. 문제는 너란 걸 아직도 모르겠냐?"
"야, 넌 결혼 안 해서 모르는 거야. 유부남 돼서 한 여자하고만 살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돼. 절대 내 잘못 아냐"
"네 논리대로라면 모든 유부남들이 그래야 할 텐데 왜 우리 동창 중 너만 그러냐? 걔들도 거의 다가 유부남이지만 회사상사가 유흥업소 끌고 가도 잘 안 가더만"
"그 인간들이 다들 쪼다라 그렇다, 왜 어쩔래?"
"내 말에 화났냐?"
"별것도 아닌 걸로 비난이나 하는 걸 보니 실망이다. 앞으로 연락 마라"
"이게 별거 아닌지는 네 양심에게 물어보면 답 나올 거고 쓴소리 해달래서 기껏 귀한 시간 써가며 했더니 나야말로 진짜 실망이네. 다시는 나에게 연락 마라. 네가 또 회사에서 징계를 당하든 해고를 당하든 이젠 내 알 바 아니니"
사람 보는 눈이 아직도 난 부족한 걸까?
이런 인간을 여전히 주위에 두고 있으니.
아니면 #쓴소리해달라고 해도 적당히 거절하는 게 미덕인 세상에서 내가 바보짓 한 건가?
내 상식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면서도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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