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알렉산더와 칭기즈칸 그리고 삼성과 애플:
대표적 정복왕인 알렉산더와 칭기즈칸의 피정복지에 대한 태도는 다음처럼 달랐다.
알렉산더: 항복하면 최대한 자율을 주며 피해를 최소화시켜주겠다.
칭기즈칸: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모조리 다 죽여주마.
말장난 같지만 알렉산더는 당근에, 칭기즈칸은 채찍에 방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일단 효율성과 존속성면에선 칭기즈칸의 압승이다.
각각의 자손들에게 커다란 땅덩이를 나눠줄 정도의 방대한 영토를 대단히 짧은 시간 내에 획득했고 이들 왕국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유지된다.
반면 알렉산더는 고생한 것에 비해선 다소 좁은 영토를 얻었고 더 이상의 정복전쟁을 거부하는 부하들의 큰 반발로 결국 귀향해야했으며 그가 죽자마자 제국은 바로 분열하고 만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절대 당근은 채찍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지만 하나가 더 남았다.
인류에 끼친 영향력이다.
칭기즈칸의 대제국은 불행히도 인류 문명사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오늘날 몽골을 봐도 칭기즈칸의 정복사업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은 거의 안 남아있다.
알렉산더는 완전히 다르다. 비록 그의 제국은 오래 못 갔지만 그의 당근정책에 힘입어 그리스 문명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고 그 결과 헬레니즘이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게 된다.
이 헬레니즘은 헤브라이즘과 함께 서양인들의 일상사에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이로 인해 인류가 얻은 효용은 이루 형언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이쯤 되면 아무리 칭기즈칸 채찍정책이 당대엔 효과적이었어도 결국 알렉산더의 당근정책이 역전한 거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이 논의를 확대해보면 삼성과 애플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몽골의 속국이던 고려가 이어진 게 조선이고 여기서 만들어진 삼성은 다들 알다시피 관리측면에선 최고란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창의성 면에서도 최고인지는 늘 의문부호가 따라다녔고 실제로도 업계를 선도하기 보다는 추종하는 전략을 많이 구사한다.
반면 애플은 관리 면에선 삼성에 뒤질지라도 창의성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늘 업계를 선도했다.
한때는 하드웨어에선 삼성이 애플을 이긴다는 말이 돌았지만 하드웨어에서도 역전된 지 오래고 이젠 중국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이다.
노동자를 위해 헌법인 보장한 권리인 노동3권마저 삼성은 그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오랜 세월 부정해 온 걸 보면 당근보다 채찍에 포커스를 두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비록 노조는 최근에 생겼지만 어차피 미국이란 나라에서 노동법이 차지하는 위치가 한국에서의 위치를 확연히 능가해서인지 채찍보다는 당근, 다시 말해 창조적 인재 육성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고 그 결과가 핸드폰 운영체계와 ap마저도 자체 설계가 가능한 지금의 지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이 일찌감치 노조를 인정하고 회사를 운영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전술한 헬레니즘 문명을 생각해봐도 os와 ap탓에 고생하는 지금의 상황은 맞닥뜨리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당근과 채찍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중요한지는 영원히 답이 안 나올 논쟁거리겠지만 창의성이 중시되는 업종과 세상에서는 당근이 아무래도 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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