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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 등 각종 시험

중년의 위기를 가장 실감하는 직업: 노무사

by 강명주 노무사 2022. 8. 2.

내가 배운 #통계학 과목 중에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과목이 있다.

보험가입가능인구를 대상으로 사고율, 사망률, 다른 변수들의 변화율 등을 고려하여 결국은 납입될 보험료가 예상되는 보험급여를 초과하는 상품을 만드는 분야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대학생활 내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기에 a+를 받은 과목이 가뭄에 콩 나듯 적은 나지만 이 과목만은 a+를 받았다.

수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이 조물주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이 과목 교수님은 주로 a+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상담과 지도도 해주셨던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 순수한 마음에 기반했기에 굉장히 고맙고 귀한 기회였는데 세상을 무조건 불신하는 비뚤어진 치기 탓에 나는 스스로 이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그때 같이 a+받은 후배가 있었는데 이 교수님의 저서 집필도 도와드린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유수의 보험회사에 입사를 했다고 했다.

그 후 회사 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어 회사 돈으로 유학도 다녀오고 잘나가나 했는데 얼마 전 새벽, 술 취한 목소리로 연락을 해왔다.

오랫동안 보험상품 개발에만 종사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영업파트로 발령이 났다며 대응책을 물어본다.

부당전직이라며 싸울 수는 있지만 설사 이기더라도 회사가 알게 모르게 가하는 불이익이 상당할 거라는 현실을 말해줬다.

내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롤 모델 같은 후배였는데....

중년을 훌쩍 넘고 나니 사직, 해고, 이직 등을 이유로 연락을 해오는 선후배, 동기들이 많다.

특히 전공이 통계다 보니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계통 진출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들 중 원치 않는 사직의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 꽤 되는 듯하다. 뽀대는 안 나도 실물을 다루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는 훨씬 더 유리해 보인다.

어쨌든 얼굴도 기억 안 나는데 상대는 나를 기억한다며 연락을 해오면 그래도 같은 교우이기에 나름 성실히 상담을 해주곤 한다.

중년의 위기를 이런 전화를 통해 실감하게 하는 세태가 무척이나 안타깝고 인생이 어떻게 풀리고 끝날지는 정말 관에 못 박을 때까지는 아무도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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