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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군상,인간관계,대화법

너무 높은 자리 올라간 자들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이유

by 강명주 노무사 2022. 6. 23.

아주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된 친구가 있다.

원래 공부도 잘했고 유학파 못지않게 외국어 능력도 좋다.

임원이 되고 나서도 거만 떨지 않고 친구들에게 잘했기에 평판도 좋았다.

이러던 친구의 색다른 면모를 본 건 작년 송년회 자리에서다.

소속 기업 오너의 불법행위가 화제에 올랐는데 갑자기 정색을 하며 이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금한다는 발언을 이 친구가 했다.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언론에도 보도되었기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누군가가 언급하자 죽일 듯이 쏘아보며 모든 것이 음모라고 외치던 이 친구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회사원만 이런 건 아니다.

사회의 조그만 부조리에도 목소리 높이는 교수가 소속 대학의 문제, 특히 재단의 치명적인 약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입을 닫고 지내는 케이스도 흔하다. 특히 총장이 된 사람들을 보면 재단에 대한 충성심이 거의 김정은에 대한 그것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독립성을 법이 보장해 준다는 판검사는 다를까?

검사가 일정 직급 이상 올라가려면 능력은 기본이고 기소독점주의 등 검찰의 민감한 사안에 있어 항상 검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누구보다 투철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법원의 무오류성, 특히 대법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없이는 판사 생활하기 어렵다는 말도 흔히들 들린다.

이처럼 힘깨나 쓰는 위치에 오른 사람들 다수는 그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 충성심의 고양을 위해 common sense가 희생되는 경우가 아주 잦아 보인다.

오너를 위해 타인의 기본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한 전술한 친구가 좋은 예이고 정치를 시작한 전직 고위 판검사들이 종종 보이는 완전히 상식한 반하는 언행도 마찬가지 같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는 너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마치 정신병자 대하듯 주의를 한다. 변태적으로 형성된 이들의 역린을 건드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중간에 그만둔 사람을 사회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패배자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 자리에 오른 자들 못지않은 능력과 함께 상식까지 겸비한 경우를 많이 본다.

맹목적 충성심을 위해 이 상식을 희생시켰다면 더 올라갈 수 있었겠지만 이를 거부한 자들을 만날 때면 저절로 옷깃을 여미고 예의를 갖추게 된다. 영혼까지 팔 수는 없다는 소신을 보인 사람들이기에 나는 이들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이 패자가 아닌 패자들이 능력에 합당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 시스템은 정녕 구축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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