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문학, 글쓰기, 번역

<로마인 이야기>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

by 강명주 노무사 2022. 6. 14.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읽고 있다.

개인적으로 로마사는 황제가 등장하기 이전의 공화정 시기를 좋아하기에 마리우스와 술라의 다툼부터 또 보는 중이다.

한때는 이 책에 대한 인기가 우리나라에서 대단했는데 언제인가부터 시들해진듯하다.

중간중간 일본의 장군이나 정치가를 언급하고 기독교가 국교가 된 이후의 시기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원인 같다.

특히 서구에서 이름 높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흥망사>가 제대로 번역 출판되며 자연히 <로마인 이야기>는 평가절하된 것 같다.

<로마제국흥망사>는 기원 이후 로마의 황제 시대부터 기술을 시작하여 15세기 동로마 제국의 멸망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로마인 이야기>는 기원전 8세기 로마의 선조들부터 시작하여 기원후 5세기 서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엔딩을 장식하고 있다.

200년이 넘는 시대적 차이와 영국과 일본이라는 국적의 차이 거기에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의 차이까지 고려하여 두 책을 비교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로마제국흥망사>는 황제라는 체제가 갖춰진 이후의 로마를 진짜 로마로 보고 있다. 그 이전의 로마는 이 진짜 로마가 탄생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았기에 아예 다루질 않은 듯하다. 그리고 기독교가 국교가 되며 진정한 로마시대는 정점을 이뤘고 그 후 로마 가톨릭과 신교, 동방정교 등의 형태로 유럽 주요 국가의 정신적 초석을 기독교가 담당했다고 보고 있다. 간단히 말해 기번이 살던 당시의 왕정이나 기독교의 뿌리를 로마에서 찾았고 그렇기에 당연히 황제와 기독교 등장 이후의 로마에 집중한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다르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에서 펜을 중단한 것을 봐도 황제 시기나 기독교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의 입으로 가장 좋아한다고 표현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로 대표되는 공화정 시기, 기독교가 번창하기 이전의 다신교 시기를 이 여자는 좋아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열정을 공화정 시기에 쏟고 있으며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서도 로마의 권력 집중에 일조함으로써 로마의 멸망을 재촉했다고 보는듯하다. 기번이 기독교의 국교화를 높이 평가하는 것과 아주 상반된다.

쉽게 읽기에는 <로마인 이야기>가 훨씬 더 낫다. 하지만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라는 점, 기독교에 부정적이라는 점, 일본을 은근히 로마와 비교하며 찬양한다는 점 등이 복합되어 인터넷을 보면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이 아주 많다.

그럼에도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개인적 성향과 로마가 황제 시기에 접어든 이후, 그전과는 달리 직업군인들이 판을 치고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기독교는 다양성에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 같다는 판단 탓에 나는 <로마인 이야기>를 선호한다.

<헬레니즘>에 방점을 찍은 것이 <로마인 이야기>라면 <헤브라이즘>을 중시한 것은 <로마제국흥망사> 같다는 내 생각은 무리한 걸까?

어쨌든 이런 엄청난 스케일의 책을 쓴, 아닌 쓰려고 시도한 사람을 배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본은 존중받아 마땅할 듯하다.

일본에 대한 우리 민족의 감정이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점과 별개로 인정할 건 인정해야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으려나?

태평양 전쟁을 통해 미국과 맞짱 뜬 나라의 대단함을 무조건 무시하는 대한민국의 세태가 과연 합당할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