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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업무,강의,소회 등)

나에게 갑질을 한 하청업체 직원에 대한 클레임

by 강명주 노무사 2022. 6. 12.

갑질

내 업무 중에는 각종 #협회나 정부산하기관의 위임을 받아 하는 일이 적지 않다. 다소 딱딱하고 원칙주의자인 나에겐 이들 업무가 잘 맞는다.

요즘은 외주형식으로 이들 업무가 포함된 전체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다른 사기업에 하청을 주고 협회나 정부기관은 전반적인 감독만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나 같은 외부인에 대한 섭외와 일정 조율은 보통은 하청업체에서 한다.

하청업체 담당자들도 대다수는 매우 유능하고 책임감이 넘친다. 다만 갑질에 맛들인 자들이 간혹 눈에 띈다.

얼마 전 모 하청업체 담당자의 섭외전화를 받았다. 이틀 연속 풀타임으로 업무요청을 하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묻는다. 가능하다고 답하며 이들 날짜는 비워두겠다고 했다.

약속된 첫날 업무가 끝나고 내일 그럼 뵙겠다는 인사를 하는데 내일은 안 오셔도 된다는 말을 원청인 정부기관 담당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바로 옆에 서 있던 하청업체 담당자는 당황한 나의 눈길을 애써 피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원청은 나에게 첫날의 업무만을 위임하고자 했고 둘째날은 하청업체 직원이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임의로 잡은 것이었다.

해당 하청업체 직원이 말이라도 미안하다고 했다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직원은 이미 이런 경험이 많은지 전혀 이에 대한 언급을 안 했다. 섭외과정에서 자신이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연락을 하면서도 내가 부탁한 것은 자주 씹는 태도에서 감이 왔지만 갑질이 몸에 뵌 듯했다.

우리나라 사회는 이런 일을 겪더라도 가급적 참거나 원청에는 알리지 않고 하청하고만 처리하는 분위기가 농후하다. 이런 관행을 깨는 자는 하청은 물론 원청에서도 더 이상 환영 받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자들을 방치할수록 갑질의 정도는 심해지고 사회구조 자체가 불공정해지기에 원청 담당자에게 정중하지만 단호한 메일을 보냈다.

조금 전에 원청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고 다행히 내 클레임을 정당하다고 여기는 눈치다.

일제시절, 일본인 관리나 군인보다는 이들의 위임을 받은 한국인 순사들이 더 악독했다고 한다. 순사일을 계속 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는 해석이 있지만 갑질 그 자체가 너무 달콤했던 탓일 거라는 시각도 있다.

원청 직원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교육과 클레임에 따르는 불이익의 차이 탓인지 최소한 나는 원청보다는 하청직원에게서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대통령도 법의 허용범위를 넘어서까지 갑질을 하면 쫓겨나는 세상이다. 새 정부하에서는 보다 공정하고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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