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초창기에는 많이 속았다.
강의 자리가 없어서 짧은 시간이라도 주어지면 감지덕지였는데 이를 이용한 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제대로 된 강사를 못 구한 경우, 일단 나 같은 신참에게 강의 기회를 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나중에 더 좋은 강사가 나타나면 없었던 일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속한 기회를 주곤 했다.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준비하면 좋은 기회가 생길 것 같다는 모호한 말만 들었으니 법으로 따지고 들기도 애매했다.
이런 자들에게 여러 차례 속고 그 울분을 막걸리로 풀곤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과정이 나에겐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됐다.
여러 주제에 대해 이런 식의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하며 준비를 해두니 나중에 진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준비한 짧은 강의들을 적절히 혼합하니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던 20~30시간짜리 강의도 가능해졌다.
한 번도 안 다뤄본 주제의 강의를 준비할 땐, 항상 멘트 하나하나를 워드로 쳐서 달달 외웠고 이것들을 잘 다듬자 책으로도 출간할 수 있었다.
1달 가까이 목이 터져라 준비한 강의가 결국 나가리가 되고 나면 복수하는 꿈에 저절로 잠이 설쳐졌지만 지금은 그저 아련한 추억일 뿐이다.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고 마르크스 아저씨가 말했다지만 때로는 상황 그 자체보다 이에 대처하는 태도와 방식이 더 중요하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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