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의 일이다.
#고려대와 한양대의 농구경기를 보고 있는데 종료 1초를 남기고 3점 차로 뒤진 고대의 전희철이 파울을 얻어서 자유투 3개를 쏘게 된다.
다 넣으면 연장이지만 하나라도 놓치면 한양대 승리다.
이때 고려대 박한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무슨 말을 하나 모든 사람이 집중하는 가운데 그가 말했다.
"희철아, 다 넣어라"
(혹자는 그게 아니라 "마음 편히 던져라"라고 했다던데 내 기억은 이렇다. 하지만 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
전희철은 내 느낌엔 굉장히 벙쪄했고 그래도 다 넣은 덕에 연장으로 갔으며 마침내 고대 승리로 끝난다.
당시 고려대 과학도서관 휴게실에서 직접 이 경기를 보며 속으로 박한 감독을 많이 비난했다. 객관적으로 앞서는 전력임에도 접전으로 경기를 이끌더니 마지막 작전타임에서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지 참 아쉬웠다.
이랬던 전희철이 프로팀 감독이 되더니 오늘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정규리그 우승은 거머쥐었고 정규리그에서 열세이던 KGC를 상대로 의외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낙승을 거두었다.
난 박한의 제자들은 모두 박한일 줄 알았는데 틀린 판단이었나 보다.
그 누구보다 샤프하고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잘 병용한다는 전희철 감독에 대한 평가를 보니 지금 박한 감독은 어떤 기분일지 매우 궁금하다.
그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도 농구대잔치에서 결국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에 난 그를 낮게만 보았으나 하나의 능력에만 국한시키지 않았기에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많이 배출했고 상당수 제자들은 그를 좋게 보는 것 같기에 이제와 생각하면 내가 너무 그에게 박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문경은, 현주엽, 전희철, 김병철, 우지원, 이상민, 서장훈 등 기라성 같은 농구대잔치 스타 중에서 문경은과 전희철만 지도자로 성공한 셈인가?
인생은 참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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