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하던 시절, 바로 옆 포장마차 주인이 가끔 가게를 대신 봐달라고 했다.
물을 뜨러가는 등 바쁠 때 주로 이랬는데 이 주인과 친했던 소장은 당시 한가한 일용직을 지명하여 이 일을 하게 했다.
나는 그냥 가게만 보다 오곤 했지만 몇몇 일용직은 포장마차 내 각종 음식을 몰래 훔쳐 먹곤 했다.
공짜로 해줄 수는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이던 이들의 꼬리가 잡힌 건 지금처럼 무더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음식이 자꾸 없어지기에 이상해서 감시를 했다던 이 주인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까지 내밀며 길길이 뛰었다.
결국 사진 속 일용직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손해배상을 했고 그걸로 이 건은 무마되었다.
도둑질은 당연히 나쁜 짓이고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나는 알고 있고 지금까지 남의 물건엔 단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다.
하지만 이때만은 큰 의구심이 들었다.
당시 이 현장에서의 일용직 대우는 정말 형편없었다.
몸이 어딘가는 안 좋기에 정상적인 노가다는 할 수 없는 자들만 데려다가 헐값에 부려먹던 소장은 각종 복리후행에서도 아우슈비츠를 방불케 했다.
그 흔한 초코파이 같은 것도 절대 나눠주지 않았고 심지어 물조차 직접 본인 돈 내고 사먹으라고 했다.
이러다보니 다들 배고픔에 힘들어했고 이런 자들이 포장마차의 음식에 손을 댄 게 그토록 큰 잘못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이 포장마차 주인은 소장에게만 따로 술과 음식을 제공했고 소장은 그 대가로 우리들에게 포장마차 보는 일을 무상으로 시켰으며 일용직들의 전술한 상황을 포장마차 주인 역시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순수한 피해자라고만 여겨지지 않는다.
보험에 가입해달라며 먼 길을 찾아온 보험설계사 친구에게 정작 원하는 계약은 해주지 않고 자신이 가족과 여행 다녀온 사진만 보여주며 자랑하던 사람을 며칠 전에 보았다.
아무런 소득 없이 교통비와 시간만 허비하고 돌아서던 이 친구의 눈에선 불꽃이 튀었다.
범죄만 욕먹어야 하고 이를 촉발한 행위는 전혀 비난의 대상이 아닌가?
내가 범죄자 성향이 농후해서인지 몰라도 이게 늘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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