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상반되는 두 개의 강의를 들었다.
하나는 경제학과 출신이 강의를 했는데 토지공개념 등을 강조하며 앞으로는 매매가 아닌 임대가 부동산 시장의 주류가 될 터이니 괜히 힘들여 집 사지 말고 적당히 즐길 거 즐기며 전세나 월세 살라고 했다.
다른 강의는 사학과 출신 강사였는데 조선시대에도 부동산 많이 가진 자가 장땡이었고 그 예로 소설 <토지>를 들며 좁은 한반도에서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몸 뉠 곳부터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나이 먹고 사회에 나온 뒤, 주거지 문제로 고민할 무렵 이들 강의가 떠올랐다.
왠지 후자가 끌렸고 말 그대로 입을 거, 먹을 거 모두 절약해 가며 결국 지금의 아파트를 마련한다.
조그맣고 초라한 공간이지만 등기부등본에 당당히 소유주로서 내 명의를 올리고 나니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타고난 괄괄함이 많이 수그러든다.
서울은 아니지만 이 곳 역시 지난 몇 년 사이 집값이 폭등했고 지금 같으면 대단히 구입이 어려울 것이다.
종종 전문가가 아니지만 더 뛰어난 통찰력을 보이는 자를 본다.
전술한 사학과 출신 강사가 대표적인 예이며 내가 누명을 썼을 때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은 법과는 완전히 무관한, 속된 말로 무지랭이였지만 형사소송 절차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고 내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너도나도 스페셜리스트가 되겠다고 난리치는 요즘, 정말 머리 좋은 제네랄리스트의 넓은 시야 역시 나는 중시해야 한다고 보는데 동의 안 하는 자가 많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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