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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을 키우니 가장 좋은 점: 나에게 예의를 지킨다

강명주 노무사 2023. 5. 31. 17:58
  • 오늘 아침, 업무차 모 공무원을 만났다. #근육 드러나는 나시와 가죽 잠바 입고 갔다가 더워서 잠바는 벗고 대화를 시작했다. 늘 틱틱대는 게 이 공무원의 특징이었다. 대놓고 불친절하지는 않지만 비웃는 듯한 태도도 종종 보여서 언젠간 한 번 제대로 뒤집어 놓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오늘은 무진장 부드럽다. 내 의견을 수용하진 않더라도 그 태도가 대단히 예의 바르다. 뭐가 이 공무원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 근육 말곤 생각이 안 난다.
  • 전에 한 번 하자 있는 물건을 환불하러 가자 돈은 주면서도 엄청 성질을 부린 모 가게 주인을 어제 퇴근길에 또 만났다. 환불사건 이후 종종 마주칠 때면 항상 날 째려보며 인상을 쓰던 이 양반이 어젠 웬일인지 눈도 안 마주치며 딴 곳을 본다. 일부러 한참을 쳐다보자 나중엔 눈을 내리깐 채 가게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간다. 이때도 난 어깨와 팔 근육 잘 보이는 나시를 입고 있었다.
  • 지난 주말에 운동 나갔다가 매너 없이 인도로 바로 치고 들어오는 차량을 만났다. 하마터면 날 칠 뻔했는데 내가 노려보자 차창까지 내리더니 죄송하다고 큰소리로 외친다. 실제 사고가 나지 않은 한, 사과하는 운전자 거의 못 봤고 하더라도 대충 손이나 까닥하는 게 전부였기에 정말 특별했다. 이 운전자가 내 눈이 아니라 잘 드러난 내 어깨의 근육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믿어줄까?

몇 년 전 어떤 보디빌더가 유튜브에서 근육 커지니 가장 좋은 점에 대해 사람들의 예의 바른 행동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다.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전술한 사례들을 경험하며 이 말이 자꾸 떠오른다.

사법시험이 존재하던 아주 오래전, 3차 구두 면접에서 법과 주먹 중 무엇이 가깝냐는 질문에 어떤 수험생이 주먹이라 답했고 결국 이 사람은 면접 낙방을 하고 1년 뒤 면접시험만 다시 봤다고 한다.

법조인을 뽑는 최고의 시험이기에 당연히 법이 가깝다는 주장이 나왔어야 한다고 면접관은 생각했나 본데, 이 면접관의 근육이 울퉁불퉁 훌륭했어도 과연 이 생각을 계속 고수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