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많으니 문제라는 기사에 대한 노무사의 반론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많으니 문제라는 주장에 대한 노무사의 반론:
근래 들어, #실업급여액이 월급액 보다 높은 경우가 많기에 노동의욕을 도리어 저하하며 나아가 나라 재정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이에 대한 노무사의 반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실업급여엔 상한선이란 게 있다
실업급여 계산식은 1일 기준 실업급여액에 수급일수(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수)를 곱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1일 기준 실업급여액의 상한액은 66000원이다. 고로 한 달을 30일이라 칠 경우 한 달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액은 1980000만 원을 절대 넘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많다는 주장을 무턱대고 한다는 건 잘 모르는 사람들을 호도하여 수백만 원 받는 고소득 월급쟁이들마저 실업 후 나라에서 돈을 더 받으므로 실업급여 제도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착각을 유도하는 행위 아닐까?
2. 실업급여액이 월급액을 초과하는 구체적인 사례 연구
실업급여가 월급을 능가하는 사래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올해의 시간당 최저임금액은 9620원이며 이 근로자의 월급은 주 40시간(1일 8시간) 근무를 가정할 경우 2010580(세전)이다. 이 사람이 해고되었다고 치고 실업급여액과 월급액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a. 실업급여 계산방식
1일 치 실업급여액(평균임금의 60프로 되는 금액)을 먼저 구하고 여기에 수급일수(실업급여 받는 일수)를 곱하면 되며 여기서 평균임금이란 해고된 근로자의 해고 직전 3달간을 기준으로 한 1일 치 평균임금을 말한다. 전술한 근로자처럼 최저임금을 받고 있고 한 달을 무조건 30일이라고 가정할 경우 평균임금은 (2010580x3)/90을 하여 67000원(반올림함) 가량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구한 평균임금이 1일 기준 최저임금 보다 낮다면 근로자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1일 기준 최저임금의 80프로가 1일 치 실업급여액이 된다. 올해 1일 치 최저임금은 8시간 근무 기준으로 76960원이고 이보다 바로 앞에서 구한 평균임금액인 67000원이 낮으므로 이 76960원의 80프로인 61567원이 1일 치 실업급여액이 되는 것이다.
b. 차이가 나는 이유
전술한 최저임금 받는 근로자의 1달(30일이라 가정) 치 실업급여 액은 1일 치 실업급여액인 61567원에 30을 곱하여 나오는 1847040원이다. 그런데 실업급여는 비과세라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며 4대보험료 역시 당근 공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월급에선 다들 알다시피 4대보험료와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며 다 합하여 월급액의 대략 10프로(업종별 보험요율과 개인별 근로소득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존재함) 가량이므로 전술한 근로자처럼 최저임금을 받는 자라면 2010580원의 90프로인 1809522원을 실수령한다. 고로 월급액보다 실업급여액이 1달 기준으로 4만 원가량 높게 된다.
3. 4만 원이 큰돈인가?
최저임금 받던 자는 결국 실업 기간 중 재직기간 동안의 실수령액보다 4만 원가량 더 받게 되는데 상식적으로 이게 그토록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금액일까? 가량 매달 3~400 받았던 자가 실직 후 실업급여 명목으로 이 돈보다 4마원 더 받는다면 꿀 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술한 대로 상한액이란 제도가 실업급여엔 있기에 아무리 월급이 많았어도 실업급여액은 1달 기준으로 198만 원은 절대 넘지 못하며 최저임금 겨우 받던 사람이 실업급여 명목으로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4만 원가량 이득 보는 셈인데 이게 그토록 일할 마음을 없애게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기간 역시 맥시멈 9달에 보통은 4~6개월에 불과하고 이 기간 지나면 땡전 한 푼 안 나온다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실수령액 보다 4만 원 더 많은 금액에 마음 편히 놀고먹을 사람이 과연 많을까?
4. 한국에서 실업이 가지는 의미
특히 한국은 체면을 중시하기에 실업은 사회적 살인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는 걸 노무사로서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산업화가 빨랐던 선진국에선 실직 후 재취업이 일상화 된지 오래지만 한국은 산업화가 대단히 늦어선지 마인드는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일단 실업이 되었다고 하면 주위의 시선부터 달라지고 본인도 극심한 자격지심을 느끼는 게 보통이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실업 기간 중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제도가 실업급여인데 전술한 대로 겨우 최저임금 받던 자들에게 재직 시 실수령액보다 기껏 4만 원가량 더 주는 걸 무슨 엄청난 도덕적 해이라도 조장하는 양 호들갑 떠는 게 나에겐 전혀 타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5. 실업급여의 본질
실업급여는 주로 해고가 됐을 때 지급된다. 자진사퇴한 경우에는 질병의 악화 등 극히 예외적인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어떤 직원이 해고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실업급여를 받는다면 그 액수는 전술한대로 198만 원을 절대 못 넘고 기존에 최저임금을 받았다면 이 최저임금 실지급액보다 4만 원을 초과할 뿐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짭짤해서 이 사람의 근로 의욕이 상실될까? 자진퇴사의 경우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해고된 사람 중 이런 반응 보일 자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6. 실업급여는 결코 그냥 나오지 않는다
집에서 배만 두들기고 있는다고 받는 돈이 실업급여가 아니다. 나라에서 정한 구직활동을 해야 하며 이를 고용센터 등 관공서에 가서 입증을 해야 받을 수 있다. 이 구직활동 중에 자괴감을 안 느낄 실직자가 과연 많을까? 그러고 받는 실업급여의 상한액이 198만 원뿐임은 이미 전술했다. 실업급여가 높다고 난리 치는 언론사들은 왜 이들 사항은 언급 안 할까?
7. 쉬운 해고와 실업급여
쉬운 해고에 대해 개인적으론 반대하지만 정 그걸 도입하고 싶다면 실업급여 같은 사회안전망 확충은 필수이다. 그런데 쉬운 해고는 도입하자면서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겨우 4만 원 더 주는 실업급여액을 이토록 비난하는 건 모순 아닌가? 해고도 쉽게 하고 실업급여액도 지금보다 확 낮춘다면 결국 이 땅의 근로자는 다 죽으라는 건가?
8. 언론의 책무
전술한 점들에 대한 자세한 언급 없이 무턱대고 월급보다 실업급여액이 더 높으니 문제라는 주장만 하는 일부 언론사들을 보니 공정함과 기자의 양심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