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레(성인 나이트) 후기
"어차피 그렇고 그런 인생들이 모이는 곳에서 뭘 기대했어요?"
어제 #성인 나이트에 다녀왔다.
같이 간 멤버는 지인들로서 나 포함해 모두 4명이었다.
나는 미혼, 두 명은 돌싱, 나머지 하나는 유부남.
홀과 룸이 있던데 유부남이 오늘 자기 급하다며 룸을 덥석 잡는다.
돌싱들은 웨이터들을 부르더니 괜찮은 여자 데려오라며 팁을 마구 뿌린다.
나만 안 내기 뻘쭘하기에 추가 술이나 안주는 내가 부담하기로 결정.
돈의 위력은 역시나 대단한지 몇 분 되지도 않아 들입다 여자들을 웨이터들이 끌고 온다.
이중 기억에 남는 여자는 4명이었다.
- 초반에 들어온 어떤 여자는 나이에 비해 청초해 보여 좋았던 첫인상이 입을 열자 완전히 깨져버렸다. 평생 드라큘라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로 마늘과 삼겹살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를 모른 채 열심히 떠들던데 가그린 사주려다가 자존심 건드릴 것 같아 다른 핑계 대고 내보냈다.
- 술이 너무 취한 채 들어온 여자도 있었다. 거의 인사불성이던데 갑자기 덥다며 옷을 벗기 시작하기에 무지 놀랐다. 혹자는 이를 공짜밥처럼 반기기도 하나 이런 여자 잘못 건드렸다가 나중에 정신 차리고 기억 안 난다며 신고해버리면 바로 남자 인생은 지옥행이다. 털끝 하나 안 건드리고 당장 웨이터 불러서 옷 입혀 내보내라고 했다.
- 죽은 엄마가 생각난다는 말을 자꾸 한 여자도 있었다. 그러면 엄마 묘소나 납골당에 가지 왜 카바레까지 와서 이러는 건지. 친한 손님이라고 하여 함부로 가족이야기 하면 술맛 떨어질 수 있기에 대다수 유흥업소 여자들이 가능한 이 화제를 피한다는 관행은 괜히 생긴 게 아닌가 보다.
- 마지막 여자가 괜찮았다. 밤새 놀다 그제야 이 방으로 들어온 줄 알았는데 카바레에 온 시각 자체가 이미 늦었기에 본인으로선 거의 처음 들어온 거란다. 그래선지 술 냄새도 안 나고 나름 신선했다.
얼추 아침이 밝아오기에 각자 파트너로 정한 여자를 데리고 카바레를 빠져나왔다.
난 전술한 술 냄새 안 나는 여자를 동반하고 있었다.
다들 급했는지 인사도 없이 즉각 인근 모텔로 고고싱한다.
나도 그래야 했을 텐데 왠지 어색해서 일단 해장국집부터 데려갔다.
그닥 배가 안 고프다고 여잔 말했지만 내가 허기를 느낀다며 주문을 하고 대화를 더 시도하려 했다.
그런데 내 맞은편 테이블에 대학 시절 내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닮은 어떤 아가씨가 앉아있다.
다 늙어 아무 의미 없는 과거이고 지금은 내 눈앞의 여자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런 의지와는 달리 저절로 내 머리는 수십 년 전 그때로 회귀했고 도대체 왜 그 좋은 시절 모두 날리고 이제 와 이러고 사냐며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한다.
내가 구순구개열만 아니었다면 그때 그 여학생이 그토록 심하게 날 거절은 안 했을 테고 설사 그랬어도 다른 누군가와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원래 어제 아침부터 어린 시절 두들겨 맞던 기억이 또 떠올라 대단히 우울했고 이걸 잊기 위해 평소와는 달리 카바레 온 것인데 구순구개열 생각과 함께 그때의 구타까지 다시금 반추되니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소주를 연거푸 자작을 했고 이런 날 내 파트너였던 여자는 무지 이상하게 보더니 전술한 말을 꺼낸다.
이 여자 말이 맞다.
이미 청춘 다 날린 늙은이들이 그래도 일시적으로 사랑을 느끼고 평소 아쉬웠건 성욕을 채우러 오는 곳인 카바레에서 난 도대체 뭘 바란 건가?
어서 이 여자 끌고 들어가 피차 원하는 섹스를 진하게 하면 그뿐일 텐데 왜 이상한 생각을 자꾸 하는 건지....
그래도 내 머릿속은 내가 구순구개열이 아니고 그토록 맞으며 자라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느라 바빴고 결국 내 파트너는 미친놈이란 말을 남긴 채 나가버렸다.
난 진짜 미친놈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