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군상,인간관계,대화법
학력 좋은 자의 몰락이 더더욱 비참한 까닭
강명주 노무사
2023. 3. 3. 18:25
#도스토예프스키의 자전적 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에 그 정답이 나온다.
이 책은 귀족 출신 죄수가 감옥에 들어간 후, 각종 잡범들 사이에서 겪은 다양한 고초를 서술하고 있는데 의사 아버지를 두고 부유하게 살다가 대학까지 나온 도스토예프스키의 시베리아 수형생활을 그대로 그린 것이라 한다.
모 건설사 노무진단을 나갔다가 인부들끼리 싸우는 걸 봤다.
한 명은 딱 봐도 배운 티가 나고 한 명은 영 무식꾼이었다.
하지만 후자는 일용직에서 잔뼈가 굵었기에 일을 더 잘 했고 이 탓인지 소장은 이 사람 편을 들고 만다.
잘못한 게 없으면서도 싫은 소리를 들은 가방끈 길어 보인 사람의 울분에 찬 얼굴에서 내 과거를 본다.
요양원에서 청춘을 다 보낸 나 역시 다시 사회에 나와 노가다부터 했고 내 학력을 알자 다른 일용직들은 날 무진장 조롱하며 괴롭혔다.
본인들은 꿈도 못 꿀 자리까지 갔던 자의 추락은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상대적 쾌락을 주며 이 자 바로 옆에서 적당히 갈구는 건 밑바닥 인생들의 최고의 즐거움인 걸까?
이자들을 욕만 하기엔 나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면 마찬가지로 했을 게 뻔하기에 가슴이 영 찔린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란 말속엔 너무도 많은 뜻이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