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친구,선후배,동창회
잊고 싶던 과거를 되살린 모 교수님의 부고기사
강명주 노무사
2023. 2. 16. 06: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1/0003339736?sid=103
위 기사에 나온 오탁번 교수님의 수업을 대학 때 들었다.
국교과 전공인 <시의 이해>였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물론 염불보다는 잿밥이 목적이었다.
어떤 이쁜 국교과 여학생에게 꽂혔고 이 학생이 이 수업을 들었기 때문이다.
말을 걸었다가 무참히 참패하고 나니 더 이상 이 수업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인기이던 대학농구 보러가야 해서 수업 못 들어간다는 말을 당당히 이 교수님을 찾아가 하기까지 한다.
혼을 내시리라 생각했는데 잠깐 한숨을 쉬시더니 그러라고 하셨다.
하도 또라이로 보여 갱생의 가능성이 아예 없다 여기시고 포기하신 것 같았다.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담배 한대를 달라고 하셨고 마침 내가 그땐 흡연을 해서 드리니 태우시며 강의를 하신 기억도 난다.
지금 이러면 인터넷에 글 올라오고 꽤나 시끄럽겠지만 당시엔 이 정도 낭만은 허용되었다.
그때도 난 혼자였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고 발버둥 치던 이때를 그리워해야 하나?
이제와 돌아보니 모든 게 다 헛짓거리였다고만 여겨진다.
일체의 기대를 안 하는 지금은 꽤나 삭막하긴 하나 실망은 없다.
내 태생적 한계인 구순구개열을 시를 통해서라도 극복하려 애썼던 시간들이 참 아프게 다가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