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에서 꼭 하고 싶지만 못 하는 말: 반칙도 종종 하세요
강의에서 하고 싶지만 못 하는 말: #반칙도 종종 하세요
권투 같은 격투기엔 로우 블로(low blow)란 게 있다. 상대의 성기 주위를 타격하는 걸 말하는데 당근 반칙이다. 하지만 우연히 이럴 수도 있기에 바로 반칙패가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경기에선 위기에서 탈출하거나 상대에 대한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로우블로를 간혹 날리는 격투가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본 최고의 검객 소리를 듣던 미야모토 무사시는 숙적이던 사사키 고지로와의 결투 당일날 일부러 늦잠을 잔다. 그리고 약속시간이 도과하는 걸 전혀 괘념치 않은 채, 볼일 다 보고 결투 장소에 나타난다. 이미 오래 전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고지로는 울화통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상대를 도발한 것도 이날 무사시가 승리한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썰이 있다.
공정함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검사도 다르지 않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어떤 평검사는 매일 아침 꼭두새벽 같이 일어나 같은 동네에 살던 검찰 유력자의 집부터 방문하고 문안인사를 드린 뒤 출근을 했다고 한다. 이를 무려 3년을 계속했고 결국 이 유력자의 비호 속에 초고속 승진의 길을 밟았단다.
야구에는 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타자의 머리를 향해 공을 못 던지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실수든 고의든 타자에게 이런 위협구를 던져서 함부로 스트라이크 존에 접근 못 하게 해야 타자를 잡아낼 확률이 올라간다는 건데 물론 이 위협구도 원칙적으론 반칙이다.
내 업종, 내 인간관계에는 어떤 반칙이 존재하며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도 연구하고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란 주장을 편다면 세상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꼭 강의에서 말하고 싶었지만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다.
불법 내지는 편법을 권장한다는 반발이 무서워서였는데 전술한 대로 실제 인생에선 이들 반칙도 승리나 성공에 얼마든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나치면 바로 퇴출되거나 이미지 추락을 가져와 치명적이겠지만, 아예 무시하고 살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일상에서의 스테로이드 같은 존재가 반칙인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