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살자(내가 처음으로 모른다고 답한 질문)
"노무사님, 당근 해고 가능하죠?"
"잘 모르겠어요"
"노무사가 모르면 누가 압니까?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요?"
"노무사가 신입니까? 어떻게 다 알아요? 보직변경은 몰라도 해고는 힘들 것 같은데 더 알아보고 연락드리죠"
#현주엽, 문경은, 김병철, 서장훈, 허재, 김영만
농구대잔치가 인기이던 90년대, 고대, 연대, 중대, 기아의 주축선수들로서 매우 큰 유명세를 얻었고 서로 간 경쟁도 아주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요즘은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서 더 없이 친근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전술한 대화는 아까 모 회사 사장과 내가 나눈 것이다.
이 회사 핵심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상대가 다름 아닌 라이벌 회사의 동일한 핵심업무 담당자이다.
이를 결혼 후에야 파악한 회사는 혹시 회사기밀이라도 누설될까봐 전전긍긍하며 해고도 생각하다가 나에게까지 자문을 요청해왔다.
적격성의 결여라 하여 직원이 해당 직무를 혐오하거나 라이벌 회사의 주요 인사와 친인척 관계 등에 있어서 영업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회사 케이스처럼 남남이던 사람들이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했는데 단지 라이벌 회사에 각자가 다닌다는 이유로 해고가 가능할지는 참 의문이라 모른다는 말은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나지만 전술한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둘은 처음 만나고 얼마간은 티격태격하며 사이가 안 좋았다던데 그러다 정이 들어 결국 눈이 맞았다는 소문이 돈다.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의 CIA와 소련의 KGB간에도 경쟁의식과 암투가 극에 달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접촉하는 실무자 간에는 묘한 동업자 정신이 있었고 그래서 암암리에 배려와 협조가 어느 정도는 이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변호사와 검사라고 하면 보통은 사이가 안 좋을 것 같지만 싸우다 친해져 전술한 직원들처럼 결혼을 하기도 한단다.
내 업역인 노무사업에서도 노동부의 근로감독관과 노무사 사이에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는 걸 종종 목격하고 있다.
부모 죽이거나 엄청난 피해를 준 사람이 아니라면 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친구로 변모도 하는 게 인생 아닐까?
이 점에서 내 사고는 너무 편협하고 고리타분하다.
사육신과 세조의 관계는 오늘날엔 존재하기 힘들 것 같은데.
좀 더 둥글게 둥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