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자격사의 또 다른 필수요건: 적절한 분노표출
전문 자격사의 필수요건: 적절한 분노표출
"명주아, 너무 참고만 살지 마. 전과 생기거나 완전히 경력 망치지 않는 한, 적당히 분노도 표출하고 살아. 특히 너처럼 자격증으로 먹고 사는 인간들은 평소 감정표현 할 기회가 거의 없기에 너무 참기만 하면 진짜 큰 병 생긴다"
협회 직원들 중엔 외부 자격사에게 은근히 갑질하는 걸 즐기는 자들이 간혹 있다.
자격사 입장에선 협회 하나만 잘 알아둬도 여러 일이 들어오기에 소속 직원에게 늘 굽신거리게 되고 이러다보니 직원 입장에선 자격사가 우스워 보이기에 인간 특유의 지배욕을 발산하는 것이다.
나 역시 여러 협회를 상대하며 종종 이런 직원들을 만났다.
엔간하며 맞춰주는 게 나에게도 이익이기에 늘 참기만 했는데 5년 전 쯤 드디어 일이 터진다.
3번을 연속하여 나를 물먹이는 행위를 하고도 형식적으로만 미안하다고 하기에 불같이 화를 냈고 협회에도 이를 샅샅이 보고했다.
하지만 당시 협회장은 내부직원들의 이런 행위를 암암리에 눈감아주는 스타일이었는지 사과는 커녕 일체의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날 블랙리스트에 올렸는지 그 후론 전혀 일거리가 이 협회에선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0월에 갑자기 이 협회에서 연락이 온다.
내부 감사 차원에서, 과거 활발히 교류하다가 특별한 사유 없이 연이 끊인 자격사들에게 그 사유를 알아보고 있다며 5년 전부터 왜 자기네 협회랑 왕래가 없냐고 묻는다.
이에 그 직원과 발생한 일을 다시금 모조리 알렸고 5년 전에도 이를 말했지만 도리어 그 후 당신들이 나랑 연을 끊은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당황한 눈치를 완연히 보이더니 이번에 협회장이 바뀌며 대대적인 내부 혁신중이니 내가 이번에 알린 건에 대해 낱낱이 조사하여 결과를 알려주겠단다.
그러다 아까 오전에 이메일이 왔다.
항의를 이유로 날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일을 더 이상 주지 않은 것 같다는 내 주장이 사실임이 밝혀졌다며 일단 이에 대해 사과를 한다. 그리고 해당 직원은 이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내년 1월 자로 퇴사처리할 것이며 앞으로 전처럼 계속 업무를 의뢰하고 싶으니 잘 부탁드린단다.
해당 직원이 부인할 경우에 대비하여 난 모든 대화를 전화, 오프라인 구분 없이 모조리 녹음해 두었고 이걸 지난 10월의 조사에서 언급했는데 해당직원에게 이를 알리자 이 때문인지 전혀 부인 못 했다는 구절도 눈에 띈다.
솔직히 아주 시원하다.
당시 내 정당한 항의를 개소리 취급만 하며 협회에 알려도 아무 소용없을 거라며 웃던 그 직원의 목소리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에 더더욱 그런가 보다.
먹고 살기 위해 이런 인간까지도 참아주었다면 진짜로 암 생겼을 것 같다.
이 글 맨 처음의 말은 알던 형님이 해준 것인데 노무사로서 연차가 쌓일수록 옳다고 실감한다.
특히 혼자 일하는 자격사들에겐 입소문을 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고객 하나하나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이에 너무 연연하여 할 말도 못하다가 나중엔 각종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자격사들을 실제로 자주 본다.
돈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기에 전술한 협회 사건 이후로도 도에 지나친 협회 직원들에겐 늘 강하게 대응하는 중이며 이런 항의에 협회가 눈하나 깜박 안 해도 내 쪽에서 연을 끊어 버리면 그나마 화가 조금은 풀리곤 한다.
성서에 보면 성전에서 장사하는 상인들과 환전상들에게 예수가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이 나온다. 성스러운 성전을 세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응징인데 이때도 채찍 없이 말로만 해야 했다면 예수도 돌아버리지 않았을까?
아무리 자격사라도 풀 수 있는 범위 내에선 강하게 풀자.
이조차 못 하면 그건 착한 게 아니다 쫄보다!!!